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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탄도미사일 부품 중국에서 수출…HS코드 분석결과 나와

중앙일보 2017.05.18 17:46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공개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열펌프는 북한 미사일의 액체추진로켓에, 디지털형 처리장치는 미사일 통제장치로, 탄소섬유는 미사일 본체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전략물자 수입에 깊게 관여한 것이 확인됐다. 중국은 그동안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됐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전략물자 거래에 연루됐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실시간으로 비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전략물자 덕분에 가능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 부품 대북제재로 수입 막혀
핵무기ㆍ탄도미사일 개발 필요한 핵심 부품
북한에 들어간 전략물자 대부분 중국에서 보내
14일 실험한 탄도 미사일 속도 측정에도 쓰여

지난 14일 새로 개발한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4일 새로 개발한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략물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군용과 일반 산업용에 사용되는 이중용도 물품을 말한다. 이러한 자재와 물품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핵심 재료다. 2006년에 나온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도 일부 미사일 제조 부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던 것이 밝혀졌다. 이후 한·미·일은 전략물자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지난해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의 금수품목에는 기존의 수출금지품목에 더하여 북한군의 군사력 증강에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를 폭넓게 추가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진아 박사는 전략물자 수출국의 감소는 대북제재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말해준다며 수출 국가가 줄어든 만큼 통제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한국국방연구원 김진아 박사는 전략물자 수출국의 감소는 대북제재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말해준다며수출 국가가 줄어든 만큼 통제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이러한 내용은 KIDA 김진아 박사가 북한의 전략물자 수입동향분석을 요약해 ‘동북아안보정세분석’에 기고한 ‘북한의 전략물자 수입실태’에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김 박사는 전략물자 가운데 미사일과 관련된 물자를 별도로 식별해 핵심물품 300개를 분석했다. 김 박사는 유엔에 제출된 각국의 수출입 기록에 나타난 HS((Harmonized System·거래품목)코드를 통해 구체적인 거래물품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로 유럽 국가로부터 흑연ㆍ탄소제품ㆍ스테인리스강ㆍ가열기ㆍ기체지지부 등의 수출이 중단되자 주요 수입선을 중국으로 돌렸다.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어 이중용도 품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거나 묵인한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 패널위원은 익명을 전제로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스테인리스강은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쓰여진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전략물자를 공급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핵분열물질과 미사일 부품의 단열재로 쓰이는 밸브와 액체추친 미사일에 쓰이는 열펌프를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이밖에도 북한이 중국으로 수입한 금지품목의 전략물품은 수소폭탄이나 증폭핵분열탄(원자탄에 삼중수소를 넣어 폭발력을 강화한 핵폭탄) 제조에 필수적인 삼중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압축식 유니트, 핵무기 부속품과 미사일 부품의 정밀가공에 필요한 수치제어식 밀링머신, 미사일의 밀봉과 비행제어 밸브에 사용되는 기체지지부와 부분품 등 다양하다. 
특히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전략물자 수입 경로가 막히자 북한에 더 많이 수출했다. 북한에 전략물자를 수출했던 국가는 지난 10년 동안 감소해 45개 국가에서 30개로 줄어든 대신 중국이 차지한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북한이 수입한 전략물자 중 중국이 차지한 비율은 2006년 35% 수준에서 2015년 83%까지 올랐다. 중국이 대체 공급국가로 나서 북한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옆 모니터에는 시험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의 실시간 비행정보가 나왔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옆 모니터에는시험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의 실시간 비행정보가 나왔다.[사진 노동신문]

 
북한에 대한 전략물자 유입은 중국을 통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피지와 모르코 등에서도 전략물자를 수출했다. 일부 국가는 북한이 설립한 위장회사의 중간 경유지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제트엔진과 탄소섬유, 중력 측량기기 등이 이들 국가로부터 북한에 수출된 주요 품목이다. 윤길호 한양대학교 교수(기계공학과)는 “탄소섬유는 미사일 비행체 제조, 중력 측량기는 미사일 속도를 측정할 때 쓰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중력 측량기는 지난 14일 발사됐던 화성-12형 미사일의 탄두에도 장착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중력 측량기는 화성-12형의 속도를 측정해 위치 계산에 도움을 준다. 이때 측정된 미사일의 위치가 발신장치인 텔레메트리를 통해 북한의 지상 관제센터에 전송된 것이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2016년 연례보고서(본지 2017.3.17일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로 향하던 항공기에서 GPS 안테나 등 군용 라디오 통신기기 등을 발견됐다. 그런데 무기거래에 나섰던 중국 회사의 실제 소유주는 북한이었다. 북한이 대북제재를 피하려고 중국인 대표를 내세워 거래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알고도 눈감아 줬던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 보고서의 결론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전략물자 수출 국가의 감소했지만, 북한이 필요한 전략물자를 중국을 통해 집중 수입함으로써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북제재의 효과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 전략물자 수입의 중국 편중 현상은 더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이 고도화됨에 따라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전략물자를 수입하지 못하면 미사일을 만들거나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 박사는 "유엔안보리가 전용물품을 지정해 모든 유엔회원국이 동참하는 '캐치올 통제'를 의무화했다"며 "전략물자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만큼 중국을 포함한 다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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