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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정책과 트럼프, 대북 조율 놓고 청신호

중앙일보 2017.05.18 16:59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이사장을 만나 ‘관여를 통한 평화’라는 말을 내놨다. 그간 트럼프 정부가 내건 대외 정책의 구호는 ‘힘을 통한 평화’였다. 북한 문제 역시 극단적인 선제타격론처럼 힘을 통한 압박과 제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 특사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이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특파원들에게 전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사진=채병건 특파원]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사진=채병건 특파원]

 

'힘을 통한 평화' 내걸었던 미국 '관여를 통한 평화' 꺼내
최고의 압박 종착점은 한미 모두 대화 통한 비핵화 풀이
대북 대화 조건 실무 협의키로, 코리아 패싱 우려 줄어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홍 특사와의 면담에서 대화ㆍ협상을 포함하는 관여를 통한 평화를 거론함에 따라 한ㆍ미의 향후 대북 정책 조율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만 아니라 미국 역시 원하고 있는 ‘최고의 압박’의 종착점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비핵화라는 점을 공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 문제 해법에 대한 간극이 그리 크지 않음을 확인한 것으로도 볼수 있다. 
 
 이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당초 미국 언론들의 전망과도 다르다. 일부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햇볕정책과 유사할 것이라며 달빛정책(moonshin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한ㆍ미간 충돌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에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고 좋은 협력을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홍 특사는 “한ㆍ미 동맹이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동맹 중시 의지를 전했다. 동맹 발전을 바라는 새 정부의 의지와 한ㆍ미간 북핵 공조 등이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함께 북핵 문제를 푸는데서 긴밀한 협조로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과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ㆍ미는 대북 대화의 조건을 놓고도 협의키로 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2월 출범한 직후 핵 포기를 전면에 내걸어 대화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던 것에 비해 대화 문제를 놓고 한국의 새 정부를 상대로 한층 유연하게 접근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전날 “북한이 핵 개발과 여타 실험을 전면 중단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기류 변화와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홍 특사는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별도로 만나 “제재ㆍ압박을 해나가야 하지만 조건이 성숙하면 대화라는 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새 정부의 입장을 알렸다. 이에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런 원칙에 동의한다”며 “한ㆍ미가 잘 협의해 어떤 조건에서 대화를 해야하는지 추가적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ㆍ미간 실무 협의를 하자”고 화답했다.
 이로써 그간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중국ㆍ일본과 북핵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대미 특사 방문은 오는 6월께로 전망되는 한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 특사를 통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문제를 공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ㆍ무역 등 현안들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ㆍ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방미하면 북핵 문제를 포함해 동맹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특사단의 트럼프 대통령 만남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15분간 이뤄졌다. 특사단 인사는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특사단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에는 황희 민주당 의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해문 전 태국대사, 박선원 전 청와대 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여했으며,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이 동행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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