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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순 ‘오돌뼈’는 왜 매년 5·18 연극 '짬뽕'에 나올까

중앙일보 2017.05.18 11:36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우 김원해.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우 김원해.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연극 짬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연극입니다. 봄이 오는 곳이란 이름의 중국집 ‘춘래원’에서 시작된 짬뽕 배달 때문에 5.18 광주사태가 발발했다는 재밌는 설정으로 연극이 시작되는데, 결국 연극은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물음을 남기게 됩니다. 연극을 본 대부분 이들의 리뷰에 "펑펑 울었다"는 감상평이 적힐 정도니까요.
 

배우 김원해, 연극 '짬뽕' 2007년부터 꾸준히 출연
가볍게 시작해 묵직하게 끝나는 5·18 코미디 연극
'무장공비' 사건인 줄 알았던 과거에 대한 속죄
"앞으로는 세월호 작품 출연하고 싶다"는 김원해

이 연극 ‘짬뽕’에 2007년부터 거의 매년 출연하고 있는 배우가 있습니다. ‘씬스틸러’로 영화와 TV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 김원해(48)씨입니다. 김씨는 연극 ‘짬뽕’ 속에서 춘래원의 주인 '신작로' 역을 맡아 왔습니다. 올해도 지난 11일부터 7월 2일까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서 공연합니다.
 
다시 연극으로 끌어준 연극 '짬뽕'
왜 김씨는 이 연극 '짬뽕'에 매년 출연하고 있을까요. 2014년 영화 '명량', '해적'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쉴 틈 없이 바쁜 그인데 말입니다. 지난달 27일,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김씨는 연극 ‘짬뽕’이 인생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방황으로부터 다시 연극 무대로 끌어당겨 준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난타 공연에 모든 걸 쏟고 보니 남는 게 없었어요. PC방도 집 드나들 듯 다니고, 방황하다 김밥집을 했는데 그마저도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그때 후배였던 '짬뽕' 연출가가 술 취해서 전화로 쌍욕 하더라고요. 배우 김원해가 왜 김밥 말고 있냐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울컥했고, 연극 무대로 돌아갔습니다.”
 
과거에 대한 부채감, '짬뽕'으로 속죄
하지만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채감도 작용했습니다. 김씨는 '짬뽕' 이야기를 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배우 김원해 캐리커쳐 [사진 김원해 카카오톡 프로필]

배우 김원해 캐리커쳐 [사진 김원해 카카오톡 프로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을 거에요. 그때 서울 미아리에 살고 있었는데 TV 뉴스를 보면서 물어봤어요. 엄마 저게 뭐냐고. 그랬더니 뉴스에 나온 그대로 설명해주더라고요. '동네에 OO 엄마 고향에 북한 무장 공비가 내려와서 군인들이 잡으러 간 거야'라고. 그때는 모두 그럴 수밖에 없었죠, 사실.”
 
김씨는 대학 갈 때까지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보니 사실은 너무나 달랐고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 시대를 같이 산 사람들한테 죄스럽더라고요. 내 개인에게는 부끄러운 과거고, 대한민국에도 부끄러운 역사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 사건이 이제와서 수건 두르고 돌 던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배우인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역사의 속죄니까.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선뜻 응할 수 있었고 매년 하고 있어요.”
 

"이제는 세월호 작품 하고 싶다"

1시간 30분 가량 최근 작품 KBS '김과장',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등 작품 에피소드, 향후 계획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뷰 말미, 김씨가 "내년부터는 또 다른 역사의 큰 빚인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나지막히 건넸습니다. 그 말이 참 인상깊었고, 인터뷰 후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더니 2시간쯤 지나 김씨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김원해 인터뷰 기사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우 김원해.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우 김원해.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현실에 순응하며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부끄러운 기성세대로서 대한민국에 빚이 많습니다.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역사에 아니 현실에 큰 빚이 또 남았네요."
 
맡은 역할이 우스꽝스럽든 묵직하든, 조연이든 주연이든, 그의 연기가 가볍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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