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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체로 고통스러운 소설을 쓰는 작가

중앙일보 2017.05.18 11:02
극단적인 육식 거부를 다룬 연작 장편 '채식주의자'로 영국 런던에서 세계적인 지명도의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46). 박종근 기자

극단적인 육식 거부를 다룬 연작 장편 '채식주의자'로 영국 런던에서 세계적인 지명도의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46). 박종근 기자

소설가 한강은 읽기 쉬운 문체로 인간의 어둡고 끔찍스러운 내면을 들여다본다.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다보면 서서히 가슴이 눌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은 가벼운 듯한 쉬운 문체와 가슴을 조금씩 조여오는 무거운 서사의 결합은 독자들에게도 꽤나 감명 깊은 듯 싶다. 한강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렇다.
 
"『소년이 온다』읽는데 너무 잘 읽히는 데 뭔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흡입력이 진짜 최고다"
 
"『채식주의자』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소년이 온다』  첫 장만 읽었는데도 뭔가 먹먹한 기분이 든다. 매우 쉬운 단어로 마음 깊숙히 자국을 남긴다"
 
"글이 정말 편안하다. 따뜻하고 보듬어 주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소년이 온다』 너무 슬프고 숙연했다. 내 인생책"
 
" 『흰』이 대박이었다.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아파 온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충격받았던 두 권 중 한 권이 『채식주의자』"
 
"서점에서 『채식주의자 첫 부분만 봤는데 순식간에 절망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독자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한두 페이지 읽었는데 숨이 턱턱 막혀 신기했다"
 
"읽기 힘든 내용의 글인데도 불구하고 쑥쑥 읽히는 게 미스테리다"
 
한강은 지난 1993년 문학잡지 문학과 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을 발표했으며,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한 후 소설가로 활동했다.
 
그는 사람의 몸을 주제로 파격적인 소설들을 쓴다. 몸을 파고든 소설에는 '내 여자의 열매'와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 이 있다.  
 
하지만 소설가 한강의 대표작은 '채식주의자'다. 2007년에 발표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는 아내와 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나무'가 되길 희망하는 아내의 묘사가 압권이다. 
책 '채식주의자'의 저자, 소설가 한강.

책 '채식주의자'의 저자, 소설가 한강.

 
2016년 5월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이기도 한 『채식주의자』의 구절을 소개한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 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배경으로 쓴 『소년이 온다』에도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당시 5월의 절절한 노래를 담고 있다.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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