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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음악 아는 재미, 이것도 음악회의 맛

중앙일보 2017.05.18 05:10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슈포어의 현악6중주를 들려주고 있는 연주자들. 왼쪽부터강동석, 안희전, 조영창, 문웅휘, 이한나, 최은식.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슈포어의 현악6중주를 들려주고 있는 연주자들. 왼쪽부터강동석, 안희전, 조영창, 문웅휘, 이한나, 최은식.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음악회에는 재미라는 요소도 있다. 좋은 연주자의 실력만 확인하는 곳은 아니다. 16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공연은 재미에 충실했다. 새로운 곡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2017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첫날이었던 이날 공연 제목은 ‘아웃 오브 더 쉐도우(Out of the Shadow)’.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을 어둠에서 끄집어낸다는 뜻이다.
모범생 같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작품 네 곡이 무대에 올랐다. 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나온 음악이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 작곡가 찰스 마틴 뢰플러(1861~1935)의 작품이 첫 곡이었다. 피아노ㆍ비올라ㆍ오보에라는 악기 조합이 독특한 ‘2개의 랩소디’는 듣기 편한 선율과 실험적인 음계의 경계에 있었다. 멜로디는 평범하지 않았고 음악의 진행도 익숙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때문에 큰 빛을 보지 못했겠지만, 12년째인 실내악 축제의 첫 곡으로는 적당했다.

2017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16일 개막
자주 연주되지 않는 19~20세기 작품 소개
예술감독 강동석 "무엇보다 재미있는 게 실내악"
2006년부터 새로운 실내악 작품 꾸준히 발굴해 소개

현악기 연주자 6명이 복잡한 리듬을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곡(슈포어 현악6중주 Op.140), 경쾌한 멜로디 위에서 사랑의 배신을 이야기하는 노래(데 파야 7개의 스페인 민요), 우스울 정도로 단순한 주제 선율을 6대 악기가 반복하는 작품(도흐나니 6중주 Op.37)이 이어졌다. 까다로운 작품들인 탓에 모든 연주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다만 청중은 무대에서 자주 빛을 보지 못해 그만큼 신선한 음악을 만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새로운 곡을 찾아내는 일은 축제의 예술감독인 강동석(바이올리니스트)의 특기다. 지난 11년동안 그는 이 축제를 통해 신기하고 재미있는 실내악 작품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6명이 릴레이로 연주하는 작품, 배고픈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클라리넷으로 표현한 음악 등을 무대에 올렸다. 축제에 앞서 만난 그는 “균형이 문제”라고 했다. “많이 연주되고 인기있는 곡만 하면 진부하다 하고, 새로운 곡을 많이 넣으면 생소하다 한다”는 것이다. 올해 축제의 16회 공연 프로그램에서는 고민의 해결 과정이 보인다. 첫 공연에서는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소개했지만 두번째 공연의 부제는 ‘애창곡(Warhorses)’이다. 모차르트ㆍ쇼스타코비치ㆍ브람스 등 언제나 인기가 좋은 실내악 작품들을 넣었다.
강동석은 8세에 데뷔해 ‘신동’이라는 별명을 오랫동안 지녔던 바이올리니스트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악학교, 커티스 음악원 등 경쟁의 첨단에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출전한 국제 콩쿠르도 거의 모두 입상했던 강동석은 “어느 순간 독주자의 한계가 보였다”고 했다. “연주할 수 있는 곡의 숫자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늘 혼자 여행하고 무대에 서야 하는 일이 외로웠다”고 했다. 지금 그는 다른 연주자와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 비중을 높여 활동하고 있다. “음악가들이 스스로 즐겨야 계속 연주할 수 있다. 재미있어야 계속할 수 있는데, 실내악 하는 연주자들은 대부분 동의할 거다. 재미있다고.” 2017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첫 날은 재미를 공유하기 위한 무대였다. 
축제는 이달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 사첸, 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 아키코 스와나이,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조영창 등과 힙합 댄서 이브라힘 시소코 등이 출연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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