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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유지 필요한 활동에 드는 경비 … 영수증 증빙 생략 가능 ‘깜깜이 예산’

중앙일보 2017.05.18 02:23 종합 3면 지면보기
올해 법무부 예산 중 특수활동비는 287억83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2억여원 증가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명확하지 않은 법적 근거 때문에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는 과거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검찰에서는 격려금·판공비 등의 명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수사가 끝나면 수사 비용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격려금을 받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특수활동비 편성·집행 어떻게
올해 법무부 배정된 돈은 288억
검찰, 격려금 지급 등 논란 반복

하지만 사용 후 영수증 처리 등 증빙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어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사용 증빙은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계산증명 지침’을 따르게 되는데 지침에는 “특수활동비의 사용처를 공개할 경우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이 방해받는다고 판단하면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가능”이라는 내용이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검찰과 법무부에 200억원이 넘는 특수활동비가 지급되는데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는 채 해마다 액수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증빙·편성·집행 규정이 모호한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찰은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강도 높은 감찰로 격려금이나 판공비·수사지원비로 처리된 돈의 용처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또 횡령이나 김영란법 위반 등 조직적으로 묵인된 불법 행위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 내부에서는 당연한 관행이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무부와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수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나눠갖기식으로 사용한 부분은 잘못된 관행이다. 이번 감찰이 이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특수활동비의 악연을 거론하기도 한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대검 중수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대통령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도 수사했지만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수사팀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부메랑에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지켜본 문 대통령이 검찰의 부적절한 관행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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