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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돈봉투 만찬’ 감찰 지시는 사실상 수사 지시

중앙일보 2017.05.18 02:22 종합 3면 지면보기
이영렬 중앙지검장(左), 안태근 검찰국장(右)

이영렬 중앙지검장(左), 안태근 검찰국장(右)

“결국 이 사건이 검찰 개혁 폭탄의 뇌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검찰·법무부 간부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월 21일 (안태근) 검찰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적법 처리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독립성 때문에 수사 지시 못해
범죄 혐의 발견되면 바로 수사 전환
법조계선 “이영렬·안태근 친분없는
특임검사 임명, 진실 규명을” 주장도

이 격려금은 ‘특수활동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 발생 직후 검찰과 법무부가 이 돈을 ‘수사지원비’ 또는 ‘격려금’으로 언급했는데 통상 이런 경우는 기관예산 항목 중 특수활동비에서 꺼내 쓴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 측은 “격려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현재 감찰 대상이다.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낸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에게 건넨 돈은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국 간부가 기밀에 해당되는 정보 수집 또는 사건 수사를 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 지검장의 횡령 혐의로 연결될 수도 있다. 법무부 간부들이 받은 돈을 다음 날 반환했지만 규정 위반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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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에서 지출됐다 해도 문제다. 이 돈은 통상 한 기관 내에서 사용된다. 검찰과 법무부 간부에게 건네진 돈이 기관 공금 이 아닌 개인 돈일 경우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해 있는 이 지검장이 그 추천 실무를 담당하는 검찰국에 돈을 건넨 것은 청탁을 목적으로 한 일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을 때 그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안 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익명을 원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대상자(안 국장)를 무혐의 처리한 후 수사 책임자들이 식사 자리에서 돈을 받은 건 사후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찰 대상이 최고위급 간부인 데다 감찰이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대검과 법무부는 초긴장 상태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해 ‘김형준 스폰서 검사’ 사건 때처럼 감찰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곧바로 수사로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수사 지시다. 검찰 독립성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할 수 없어 감찰 지시로 형식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확실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법 적용을 위해 이 지검장이나 안 국장과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는 검사를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감찰 과정에서 혐의점이 드러난다면 수사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특임검사 임명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특임검사 임명 권한은 검찰총장 대행(김주현 대검 차장)에게 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의 ‘130억원대 주식 대박’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특임검사
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총장이 임명한다. 검찰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을 권한을 보장받는다.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 된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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