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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 수장 된 재벌 저격수 “공정 질서로 경제 활력”

중앙일보 2017.05.18 02:09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재벌 개혁에 앞장서겠다”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지명 김상조 교수
청와대 “경제력 집중 완화 적임자”
대기업 전담 조사국 부활할지 관심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타깃 될 듯
“무리한 규제 대신 시장의 힘 존중”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공언했다. 이 취임사에 비추어 재벌개혁을 주도할 정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 불린다. 누가 새 정부 첫 공정위 수장이 될지는 항상 큰 관심사다. 더욱이 재벌 개혁에 주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17일 뚜껑이 열렸다. 새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명됐다. 예상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17일 “(김 후보자는) 경제력 집중 완화 등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 방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경북 구미 출신의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으며 주요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 등을 집어내 ‘재벌개혁 저격수’라는 명칭을 얻었다. 지난 3월부터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작성에 관여했다.
 
공약집과 문 대통령 및 김 후보자의 그간 발언을 보면 향후 공정위의 주요 타깃은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삼성의 지배구조를 비판해 왔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사업을 위해 무리한 판단을 하고, 심할 경우 불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후보자의 첫 시험대가 공정위 ‘조사국’의 부활이다. 공약집에는 ‘공정위의 대기업 전담부서를 확대하는 등 역할 강화’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1996년 신설된 조사국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와 정보수집을 전담했던 조직이다. 당시 5대 그룹인 현대·삼성·대우·LG·SK 등을 집중 조사했다. ‘재벌의 저승사자’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렸다. 하지만 ‘과잉 규제’라는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사국은 2005년 12월 폐지됐다.
 
조사국이 12년 만에 다시 부활하면 4대 기업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 등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도 공약집에 담겨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가로 합리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한국의 대기업이 해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독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에 도움이 안 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무리한 규제를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만 재벌 개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시장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적 조사와 같은 단기 처방을 쓰지 않고 장기적으로 ‘올바로 행동하라’는 신호를 줘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같은 강력한 규제를 공약에 담았지만, 김 후보자가 작성에 참여한 19대 대선 공약집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정위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주체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으로 우리 시장경제 질서를 공정하게 만들겠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켜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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