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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로드킬, 하인 머리의 흉터 … 이 싸한 느낌은

중앙일보 2017.05.18 01:09 종합 25면 지면보기
인종차별 문제를 호러물로 만든 영화 ‘겟 아웃’.

인종차별 문제를 호러물로 만든 영화 ‘겟 아웃’.

지난 2월 북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화제작이다. 17일 개봉한 ‘겟 아웃’(조던 필레 극본 감독) 얘기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현재 전 세계 흥행 수입 2억1432만 달러를 기록했고, 로튼 토마토(영화 평점 웹사이트) 지수 99%를 받았을 만큼 호평도 잇따랐다. 기대감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작품인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대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를 여러 장르에 풀어낸 솜씨다. 코미디와 호러, 스릴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출에 눈이 휘둥그레져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흥행 돌풍 저예산영화 ‘겟 아웃’
전 세계 수입 2억1432만 달러
코미디·호러·스릴러 오가며
백인의 위선적 인종차별 꼬집어

이야기는 흑인 남자친구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에 가면서 시작된다. 외진 숲속에 사는 로즈의 아버지 어머니는 각각 신경외과, 정신과 의사다. 둘 다 크리스에게 친절한 듯 보이지만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이상한 건 이 집의 흑인 하인들. 친절하지만 넋이 나간 듯 스산한 표정으로 크리스를 바라본다. 크리스는 이곳을 탈출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눈여겨 볼 건 흑인을 대하는 백인 인물의 말과 행동이다. “난 오바마의 팬”라고 말하면서 크리스에게 “요! 맨”이라며 어설픈 흑인 흉내 내고 “흑인은 건강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크리스를 친절하게 대하지만 철저히 차별의식을 갖고 대하는 말과 태도. 이는 흑인 유명 코미디언이던 조던 필레 감독이 실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북미권 영화계는 “자유주의적 인종차별(liberal racism)을 꼬집는 영화”라고 호평했다. 흑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며, 자기 만족하는 백인의 태도를 일컫는다. 필레 감독은 SF 상상력이 가미된 반전 스릴러로 이런 위선에 거침없이 칼을 들이댄다. 말하자면 메시지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대사 한마디, 장면 하나 허투루 쓰지 않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숨겨놓은 의미들도 눈에 띈다. 크리스와 로즈가 차로 치여 죽인 사슴, 머리에 상처 자국이 난 남자 하인 등이 그 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호러물이라는 지극히 저예산 영화의 방식을 따르면서, 날카로운 주제 의식과 신선한 표현을 고심한 영화다. 다만, 인종 차별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줄평=정신 없이 빠져들게 되는 불닭 같은 영화. 일단 재미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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