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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30년 경유차 퇴출? 5년 뒤 판매금지 해야 가능

중앙일보 2017.05.18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찾아간 현장은 서울 양천구의 은정초등학교다. 지난 15일이었다. 당시 학교에선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 행사가 열렸다.
 

미세먼지 대부분 해외 유입
화물트럭 빼면 10% 안 돼
경유차 빈자리 LPG차가 메워
탄소 배출량 오히려 늘어나
공약대로라면 차 산업 충격

이날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지시도 내렸다. 새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와 관련해 경유차 퇴출도 공약했다.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등록 차량 중 경유차 비중은 42%(917만456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36%로 차종 중 가장 높았다. 대통령의 공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과연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인지, 지금 경유차를 사면 손해 보는 것인지, 팩트체크 해봤다.
 
◆경유차 퇴출은 불가능=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모두 없애려면 당장 5~6년 내에 경유차 판매를 아예 중단시켜야 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몇 년 안에 경유차를 아예 못 팔게 강제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한순간에 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잡한 문제도 얽혀 있다. 경유차가 사라지면 다른 차가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LPG 차량 등이 늘어날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긴다.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몰라도, 탄소 배출량은 가스 차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문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 중 하나다. 당장 미세먼지 감축만 보고 단순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전기차를 늘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그 경우 전기 공급량도 늘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또 다른 오염물질 배출이 문제다. 신재생에너지로는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어서다. 그러면 왜 이런 공약을 내놓은 것일까. 일부 전문가는 새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과 경유차 퇴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한 원인일 뿐=현재까지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지난 3월 환경부에선 미세먼지의 최대 86%가 해외에서 유입된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 비중이 최대 70%라고 밝혔다. 해외 비중이 들쑥날쑥한 것처럼 경유차가 미세먼지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중 개인용 경유차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중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지난해 6월과 7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특별대책’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사업장(41%)이었고, 건설기계를 포함한 경유차(28%)는 2위였다. 그러나 이 28% 안에서도 건설기계나 대형 노후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고, 일반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건설기계·장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의 비율은 많아도 10% 안팎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개인용 경유차의 경우 노후한 차도 별로 없고, 유로5나 유로6 기준에 맞춰 출시되기 때문에 개인용 경유차를 없애는 것은 미세먼지 감축과는 사실상 별 관계가 없다. 진짜 필요한 것은 건설기계나 대형 화물차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차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나와 있지도 않아서 오염물질 배출저감장치를 설치하는 정도밖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경유 세금 올라갈 가능성은 있어=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나오고, 경유에 붙는 세금이 올라간다는 말도 있어 지금 경유차를 사면 손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경유차를 사면 손해를 볼까. 이 점은 아직 불확실하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유차가 단시간에 사라질 일은 없지만, 정부 의지나 분위기를 봤을 때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인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세금과 관련해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유차 세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유 세금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작기 때문에 담뱃세를 올렸을 때처럼 세수만 늘고 효과는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휘발유 등 다른 연료와의 상대적인 가격이나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을 고려해야 해 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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