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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대신 ‘펀 축구’ … 1골 먹으면 2골 넣겠다는 신태용호

중앙일보 2017.05.18 01:00 종합 28면 지면보기
붉은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이승우(위). 상대 공격수를 압도하겠다며 수염을 기른 김민호(가운데). 왼 팔뚝에 ‘자승자강(自勝者强·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 강하다)’을 새긴 정태욱. [전주=뉴시스], [파주=우상조 기자]

붉은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이승우(위). 상대 공격수를 압도하겠다며 수염을 기른 김민호(가운데). 왼 팔뚝에 ‘자승자강(自勝者强·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 강하다)’을 새긴 정태욱. [전주=뉴시스], [파주=우상조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하고 있는 축구대표팀 경기를 보면 고구마를 잔뜩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형만한 동생 없다는 말도 틀린 것 같다. 동생들 경기를 보면 속이 뻥 뚫린다.”  

U-20팀 전술 뼈대 ‘한국판 티키타카’
신 감독, 과르디올라식 플레이 선호
짧고 빠른 패스 ‘창조적 축구’ 지향
콧수염·염색 등 자유분방함도 큰 힘

 
열혈축구팬 임상준(41·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요즘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얘기만 하면 신이 난다. 임씨는 “U-20대표팀 경기를 보면 창조적인 축구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 ”고 칭찬했다.  
 
임씨가 얘기한 ‘창조적인 축구’나 ‘신태용(사진) 감독 전술’의 뼈대는 ‘한국판 티키타카(Tiki-Taka)’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을 치듯 짧고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는 플레이스타일로,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전매특허다.  
 
신 감독이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오랜 사연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전, 당시 신 감독이 선수로 뛰던 한국 올림픽팀이 스페인 올림픽팀과 평가전을 했다. 그 때 눈에 띈 한 선수가 있었다.
 
신 감독은 “경기의 맥을 짚어가며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가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펩 과르디올라(46·맨체스터시티 감독)였다”며 “또 2013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던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관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선수 때처럼 아기자기한 패스축구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U-20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한국판 티키타카’를 시도했다. U-20월드컵은 그 결과를 펼쳐보일 무대다. 신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바르셀로나 외에도 아스널(잉글랜드) 등의 패스축구 영상을 선수들과 함께 돌려본다.  
 
‘한국판 티키타카’를 구현할 주인공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20·바르셀로나B), 조영욱(18·고려대) 등 U-20 대표팀 공격수 3인방이다. 이들은 패스를 한 뒤에 빈 공간으로 이동해 다시 공을 받는, 속칭 ‘돌려치기’로 수비를 흔든다.  
 
신태용 U-20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U-20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각에서는 ‘수비 지역에서도 짧은 패스가 많은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위험 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데 급급하면 옛날식 ‘뻥축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어릴 때 도전적으로 덤벼봐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U-20대표팀의 수비 불안 지적에 대해서도 “수비하다가 이기면 뭔가 찜찜하다. 팬들도 1-0 승리보다는 2-1 승리를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U-20대표팀에서 ‘한국식 티키타카’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자유분방함이다. 이승우는 레드와인 색깔로 머리를 물들였다. 수비수 김민호(20·연세대)는 콧수염을 길렀다. 팀 미팅 때 책상 위에 올라가 앉거나 반쯤 눕는 선수들도 있다.
 
신 감독은 “청소년 시절 행동에 제약조건이 많으면 창의적이 될 수 없다”며 “노 프라블럼(문제 없다)”이라고 반응했다. 이용수(59)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튀는 색 머리 염색이나 콧수염을 용인하지 않던 게 그 전의 대표팀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개성을 표현하면서 축구를 즐기는 게 좋다”며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U-20 대표팀의 슬로건은 ‘신나라 코리아’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신나게 즐기면서 신나는 공격축구를 펼쳐 온 나라를 신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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