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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끊긴 베일 속 ‘아프리카 브라질’ … 선제골로 리듬 끊어라

중앙일보 2017.05.18 01:00 종합 28면 지면보기
 
선수단 버스가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그라운드에 도착했지만 조급해 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아프리카 특유의 흥과 여유가 넘쳤다. 17일 오전 전북 전주의 20세 이하(U-20)월드컵 참가팀 훈련장. 한국과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기니 U-20대표팀의 첫 훈련은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했다.

U-20 첫 상대 기니 훈련장 가보니
에볼라로 신음하는 국민들 의식
훈련 흥겹게 했지만 마음은 비장
체력·개인기 우수, 수비력은 떨어져
20일 오후 8시 전주서 맞대결

 
몸을 풀기 위해 운동장을 돌 때도 폭소가 터졌다. 등번호 9번의 공격수 모모 얀사네(20·하피야)의 팬츠가 꽉 끼는 것을 본 동료 선수들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이렇게 장난 치는 모습은 그라운드 곳곳에서 목격됐다. 15분간의 훈련 공개가 끝나고 취재진이 퇴장하는 사이에도 연신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은 20일 오후 8시 U-20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기니와 대결한다. 기니는 선수들의 키는 작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유연성을 갖춰 ‘아프리카의 브라질’로 불린다. 기니 선수들이 1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연습장에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전주=뉴시스]

한국은 20일 오후 8시 U-20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기니와 대결한다. 기니는 선수들의 키는 작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유연성을 갖춰 ‘아프리카의 브라질’로 불린다. 기니 선수들이 1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연습장에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전주=뉴시스]

 
장난기 넘치는 훈련장 분위기와 달리 기니 선수단의 마음가짐은 비장했다.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은 지난 1일 국제축구연맹(FIFA)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을 딛고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는 에볼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수도 코나크리에서 훈련하며 훌륭한 팀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한 에볼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니에서만 2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밀집되는 걸 피하다보니 축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도 중단됐다. 대표팀은 물론, 클럽팀들도 지난해 중반까지 자국리그와 국제대회 홈 경기를 제3국에서 치렀다.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던 기니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한 건 축구대표팀, 그것도 이제 막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대표팀이었다. 2015년 기니 U-17대표팀은 칠레 U-17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1995년 이후 20년 만의 일이었다. 올해는 U-20대표팀이 한국 U-20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 아프리카의 내로라하는 축구강국들을 제치고 지역예선을 3위로 통과했다. 기니가 U-20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1979년 이후 38년 만이다.
 
기니 U-20 대표팀의 경쟁력은 좋은 피지컬과 테크닉에서 나온다. 평균 신장은 1m77cm로 한국(1m82cm)보다 작지만, 특유의 유연성 덕분에 점프력과 민첩성이 좋다. 또 어리지만 탄탄한 근육질 체형을 갖고 있어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디알로 감독은 “우리와 같은 조(A조)인 아르헨티나에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에 못지 않다”며 “우리 팀 별명이 ‘아프리카의 브라질(Brazilians of Africa)’이다. 기술 만큼은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2골·2도움을 기록한 세트피스 전담키커 모를라예 실라(아로카), 윙어 나비 방구라(19·비젤라), 중앙 미드필더 오마르 투레(19·유벤투스) 등은 1m70cm 안팎의 작은 키지만, 발재간과 볼컨트롤 능력이 좋고 스피드도 폭발적이어서 한국 수비진을 괴롭힐 후보로 꼽힌다.
 
 
기니의 최근 전력은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지난 3월 아프리카 지역예선 이후 진행한 평가전 내지 훈련기록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신태용(47) 한국 감독은 “기니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알로 감독은 지난 16일 입국 당시 인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한국과 세네갈과의 평가전(2-2 무승부) 영상을 봤다”고만 한 뒤, 어떻게 봤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한국은 2년 전 U-17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기니와 맞붙어 1-0으로 이겼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최진철(46) 전 포항 감독은 “기니는 개인기 위주의 팀이다. 공격수들은 빠르고 위협적이었지만, 수비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역시 “기니 선수들은 개인기가 뛰어나다. 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과감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지역에서 세트피스 기회를 허용하면 위함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아프리카 팀들은 특유의 리듬이 있는데, 분위기를 타면 무섭지만 어떨 때는 단번에 무너진다”며 빠른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U-20대표팀 주장 겸 중앙수비수인 이상민(19·숭실대)은 “2년 전 U-17월드컵에서 만났던 기니 공격진은 수비 뒷공간으로 볼을 보낸 뒤 빠른 선수들이 침투해 수비진을 허무는 전술을 주로 썼다”며 “패턴이 단순한 만큼 예측해서 대응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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