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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써티(Thirty)테크] '욜로' 기자도 가입…은퇴나이 맞춰 굴려주는 TDF 투자기

중앙일보 2017.05.18 00:05
 
"9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30년 벌어 30년 쓰는 시대…은퇴 대비 필수
TDF, 젊을 때 위험자산 은퇴 가까울 때 안전자산 투자
원금보장 만족 못하는 고객 늘며 시장 규모 점점 커져
삼성운용·한국투신 2035형 두달 수익률 3% 내외

가수 이애란 씨의 <백세인생> 가사에 기자의 상황을 대입해 보자.
앞으로 60년은 족히 더 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10년 일했다.
지금부터 20~30년을 더 일한다 쳐도 최소 30년은 소득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인생 딱 한 번 사는 욜로족(YOLO·You Only Live Once)에 가까운 기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 때문이다.
고위직에 남 부러울 것 없는 삶 같았지만, 그도 고민이 있었다.
  
"자리에 큰 욕심은 없는데 여길 나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열심히 일만 하다 눈 떠보니 은퇴할 때가 돼 있더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더 치명타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자산운용사는 은퇴 이후를 故 유재하의 노래 <가리워진 길>에 비유했더랬다.
'보일 듯 말듯 가려진 길, 잡힐 듯 말듯 무지개와 같은 길'이라고.
 
그즈음 한 자산운용사의 타깃데이트펀드(TDF) 설명회가 관심을 끌었다.
은퇴를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카피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TDF라는 생소한 이름부터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리밸런싱까지.
귓등을 스쳐 가는 수많은 단어 중 귀에 꽂힌 한 마디.
  
"알아서 굴려드립니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면서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바쁜 척하는),
그러나 노후가 걱정되는 사람이 가입 적임자라고 했다.
딱 기자의 얘기였다.
 
좀 더 들어가보기로 했다.
귓등을 스쳐갔던 글라이드 패스란 용어는 TDF 운용의 핵심이었다.
원래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용하는 각도라고 한다.
하강할 때 진입 경로를 짜는 일종의 미끄럼대다.
이걸 투자 상품에 적용했다.
항공기 연착륙을 위한 부드러운 곡선이 꼭 은퇴 이후의 안정된 삶을 위한 연금 투자 설계와 같아서다.
기자가 가입한 삼성자산운용의 2035형 글라이드 패스 예시. [삼성자산운용 제공]

기자가 가입한 삼성자산운용의 2035형 글라이드 패스 예시. [삼성자산운용 제공]

 
하강 곡선을 만들 때 반영하는 것은 여러가지다.
펀드 가입자의 퇴직 연령, 기대 수명, 임금 및 물가 상승률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입자가 젊을 때는 주식 위주의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퇴직 연도가 가까워올수록 위험자산은 줄이되 채권 등 안전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리밸런싱을 운용사가 알아서 해주겠다는 거다.
  
가입자가 할 일은 하나다.
내가 언제 일을 그만둘지 은퇴 연도만 정하면 된다.
아, 아니다. 한 가지 더 있다.
대신 굴려주는 조건으로 운용사에 보수도 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국내 TDF 시장은 원조 격인 미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원금보장형 상품이 주를 이루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 특징과도 관련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 현황을 보면,
예·적금 등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 투자 비중이 90.3%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때문에 이대로는 노후가 불안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늘었다.
점점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들어 TDF 시장엔 110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물론 TDF 시장 규모가 900조원(2015년 기준)에 이르는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말이다. 
 
국내에선 현재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3곳이 TDF 시장 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캐피탈그룹과 손잡고 지난해 4월부터 TDF를 팔기 시작한 삼성운용은 출시 1년 만에 수탁고 1000억원을 달성했다.
역시 미국 티로우프라이스와 함께 지난 2월 TDF를 출시한 한국투신도 2개월 만에 500억원을 넘겼다.
KB증권 등 다른 곳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보통 한 운용사가 내놓은 상품은 7~8종으로 구성된다.
모두 이름 맨 뒤에 2030, 2035, 2040 같은 숫자를 달고 있다.
이 숫자가 바로 내 은퇴 연도를 뜻한다.
내 예상 은퇴 시점에 맞춰 가입하면 된다.
보통 2020~2045까지 5년 단위로 구성돼 있다. 
 
TDF에 꽂힌 기자는 총 4가지 상품에 가입했다.
일단 은퇴 연도를 두 가지(2035·2040)로 가정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그리고 삼성운용 및 한국투신 두 운용사를 택했다.
분산투자라고나 할까.
두 운용사의 성적표를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두 운용사의 가장 큰 차이는 담고 있는 국내 자산의 비중이다.
한국투신은 한국물 비중이 삼성운용보다 더 높다.
약 두달 전인 3월 12일,
2035년을 은퇴 연도로 가정하고 '삼성한국형TDF2035H[주혼재]S'와 '한국투자 TDF알아서2035(주혼-재)S'에 가입했다.
15일 현재 수익률은 각각 2.79%, 3.42%다.
상대적으로 은퇴 시기가 많이 남아 주식 비중이 높은 편인데 최근 증시가 좋은 것이 한몫 했다. 
 
한달 뒤인 4월 5일엔 2040년을 은퇴 연도로 잡고,
'한국형TDF2040H[주혼재]S', '한국투자 TDF알아서2040(주혼-재)S'에 가입했다.
한달 늦었더니 수익률이 각각 1.88%, 2.84%로 다소 못했다.
펀드명신규일수익률(%)
삼성한국형TDF2035H[주혼재]S2017.03.12                        2.79
한국투자TDF알아서2035(주혼-재)S2017.03.123.42
삼성한국형TDF2040H[주혼재]S2017.04.051.88
한국투자TDF알아서2040(주혼-재)S2017.04.052.84
 
운용사 직원에게 들어보니 아예 연금으로 생각하고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붓는 고객도 많단다.
하지만 TDF 역시 투자 상품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은퇴 연도와 상품명 뒤에 붙은 숫자를 반드시 맞출 필요는 없다.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예상 은퇴 시점을 늦춰 주식비중이 높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코스피 2300 시대가 곧 열린다는데 주식 들고 있는 개미에겐 남의 일이다.
대신 빈궁한 노후는 되지 않게 다양하고 돈 되는 퇴직연금 상품이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노후를 TDF에 온전히 맡길지 아닐지는 3개월 후 수익률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 때까지 박스 뚫은 코스피가 어디까지 갈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구성·제작 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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