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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패션읽기]돈이 없지 패션이 없나

중앙일보 2017.05.16 00:01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 바로 이상민이다. ‘아는 형님(JTBC)’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Mnet)’ 등 종편·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더니 이번엔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 출연 2회 만에 홈런을 쳤다. 5월 7일 방송된 ‘미우새’에서 이상민과 채권자가 만나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29.3%를 기록했다.

'있어빌리티' 끝판왕 이상민 따라잡기
100원짜리 양말 2900원 티셔츠, 궁셔리 아이템 눈길
음악의 신? 내가 이구역의 쇼핑 신(神)
결국 '태도'의 문제, 자신감으로 완성한 궁상민 패션

이상민 [사진 withMBC 인스타그램]

이상민 [사진 withMBC 인스타그램]

이상민은 요즘 빚의 아이콘이자 재기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빚 68억 원을 짊어지고 방송에서 웃픈(웃기면서 슬픈)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잘나가는 음반 제작자로, 사업가로 서울 청담동 356㎡(108평) 빌라에 살았던 이상민은 없다. 번쩍이는 금붙이와 호화스러운 퍼(fur)를 두르고 아무나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리미티드 에디션 운동화를 신던 그는 100원짜리 양말을 애용하고 7900원짜리 바지를 입는 ‘궁상민(궁상+이상민)’으로 거듭났다.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이상민 [사진 SBS 화면 캡쳐]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이상민 [사진 SBS 화면 캡쳐]

그렇다고 마냥 궁상맞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물 받은 녹용 세트를 담은 검은색 천 가방을 명품백 인양 그럴듯하게 들고 다닌다. 과거 영화로운 시절 즐겨 입던 위풍당당한 ‘올-화이트’ 패션을 위아래 모두 합해 3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만들어낸다.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끝판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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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식 초저가 럭셔리 패션을 완성하는 키워드는 화이트다. 2017년 3월 25일 출연한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이상민은 화이트 패션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공개했다. “싼 옷인지 비싼 옷인지 분간할 수 없는 화이트 의상을 즐겨 입는다”며 6900원짜리 흰색 바람막이와 5900원짜리 흰색 바지에 2900원짜리 흰색 면 티셔츠로 완성한 올-화이트 룩을 선보였다. 
“흰옷은 비싼 것을 사봐야 색이 바랜다”는 그의 말에는 쇼핑 좀 해본 왕년의 산 경험이 녹아있기에 설득력이 있다. 운동화도 흰 색을 즐겨 신는다. 어디에 매치해도 기본은 하는 화이트의 마법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이상민의 올-화이트 룩 [사진 이상민 인스타그램]

이상민의 올-화이트 룩 [사진 이상민 인스타그램]

또 다른 특징 하나는 과감한 포인트 아이템 하나를 감초처럼 섞어 놓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블랙이나 화이트 등 모노톤으로 통일한 룩에 모자나 운동화, 안경을 더해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지 않도록 강약 조절을 한다. 실제로 이상민은 운동화 마니아로 수백 켤레의 운동화를 보유하고 있다. 평소에는 저렴한 흰색 스니커즈를 신어도 공식 석상에서만큼은 상자에 고이 간직해둔 한정판 운동화를 꺼내 룩에 제대로 포인트를 준다.  
모노톤 룩에 운동화로 포인트를 준다 [사진 중앙포토]

모노톤 룩에 운동화로 포인트를 준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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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자본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이상민의 센스 넘치는 패션의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남다른 쇼핑 노하우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마리텔’에 출연해 쇼핑을 할 때는 “주로 값이 저렴한 소셜 커머스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이용한다”며 장바구니에 181개의 품목이 담겨 있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 한 번에 결제하지 않고, 물품 업체와 소셜 커머스 업체의 계약이 끝나기 며칠 전 추가할인을 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쇼핑 팁에는 귀가 번쩍 뜨인다. 궁상을 떨어야 하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한 ‘노오력’이야말로 지금의 이상민을 있게 한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이상민 패션 [사진 이상민 인스타그램]

이상민 패션 [사진 이상민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채무의 그늘이 보이지 않는 이상민의 위풍당당한 스타일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그의 ‘태도’다. 녹용 세트를 담았던 검은색 천 가방을 매고서도 “나니까 소화 한다”는 셀프 허세를 시전 하고, 평소에는 7900원짜리 운동화를 신지만 방송 할 때만큼은 박스에 고이 모셔 놓은 200만 원짜리 한정판 운동화를 자랑스레 꺼내든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베테랑’ 속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살짝 바꿔 ‘우리가 돈이 없지 패션이 없냐’는 말은 이상민의 남다른 스타일을 압축하는 단 한 줄이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초저가 쇼핑 노하우를 공개한 이상민 [사진 MBC 화면 캡쳐]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초저가 쇼핑 노하우를 공개한 이상민 [사진 MBC 화면 캡쳐]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잃을 수 없는 품격, 요즘말로 ‘가오’ 잡는 이상민의 밉지 않은 허세 패션은 어디에든 가성비 잣대를 들이밀면서도 ‘있어빌리티(있다+ability능력, 있어보이게 하는 능력)’를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딱 맞아 떨어진다. 가격과 성능을 끊임없이 고민해가며 빡빡한 일상을 살아내면서도 ‘작은 사치(허세)’를 부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한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요청해본다. 이상민씨, 그 100원짜리 양말은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정보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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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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