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검찰 간부끼리 웬 돈봉투…진상조사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7.05.15 20:45 종합 30면 지면보기
어제 폭로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저녁 술자리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에 부하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을 마시며 ‘금일봉’이란 명목의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있던 인물이다.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우병우 불구속 직후 술자리 의혹
돈 성격?회동 경위 철저히 따져야

우선, 회동 시점이 의심스럽다. 이들의 회동은 지난달 21일로, 특수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을 각각 구속과 불구속으로 기소한 지 나흘 뒤였다. 특수본에 참여한 핵심 간부와 검찰국 간부들도 배석했다. 술잔이 돌았다는 얘기는 수사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비판이 거세던 여론을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모임을 가졌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조직에서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최대 실세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 된 지난해 7∼10월 그와 1000회 이상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안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을 위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 왔다. 
 
금일봉의 성격과 출처도 규명해야 한다. 안 국장은 수사팀 간부들에게 봉투에는 50만∼100만원 정도가 든 '수사비'를,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서로 건넸다. 설령 수사비라고 해도 공금을 쌈짓돈 쓰듯 멋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지검장이 개인 돈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한 식구와 마찬가지인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를 마쳤다고 서로 돈을 주고받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 검찰을 겨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적폐 청산을 선언했고,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재조사를 공언했다. 여기에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될 조짐이어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의 부적절한 회동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설까지 불거지는 등 예사롭지 않다.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점을 들어 일부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혼란이 오래가는 것은 국민에게도, 검찰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떠남으로써 각종 의혹 조사를 지휘할 수뇌부 공백 상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서둘러 임명해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검찰 인사가 개혁의 출발점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