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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채 위기? “곪아 터질 때까지 경제는 달릴 수밖에...”

중앙일보 2017.05.15 18:55

중국 경제는 하드랜딩(경착륙)할 것이다. 부서질 수밖에 없다.

너무도 자주 듣는 얘기다. 많은 서방전문가가 그렇게 말한다. 지난 1분기 GDP 발표를 두고도 그랬다. 실적은 6.9%. 좋은 점수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2015년 3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최고치다.  

中 사회융자총량, 약 1조 달러 사상 최고치
GDP대비 정부 부채, 45%선으로 매우 건전하다?
현재 은행권 기업 대출의 약 75%, 국유기업에?
중국 정부가 부채 위기를 인위적으로 막고 있어
하지만 그림자 금융 관행은 여전히 문제, 경제 왜곡돼

중국 경제성장률 변화 추이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중국 경제성장률 변화 추이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그러나 서방 언론의 평가는 심드렁했다.  

"정부의 고정자산 투자에 힘입은 건강하지 못한 성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은행에서 풀린 돈이 부동산 분야로 몰려 나타난,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  

틀린 말은 아니다. 도시 지역 고정자산투자는 시장예상치(8.8%)를 웃도는 9.2% 증가세를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경제 전체에 풀린 자금(사회융자총량)은 약 6조9300억 위안(약 1조 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중앙+지방)지출은 전년 대비 21% 늘었다. 한마디로 '인위적 성장'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관변 경제전문가들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는데도 서방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들은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예언이 맞았다면 중국 경제는 이미 망가져도 수 십번 망했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끄떡없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존하는 경제? [사진 셔터스톡]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존하는 경제? [사진 셔터스톡]

누구 말이 맞는걸까?  
 
중국 위기론의 종착역은 부채다. 급증하는 부채로 인해 중국 경제가 냉각되고, 급격히 꺼져(하드랜딩) 결국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 것이라는 논리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채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차이나랩이 중국 경제 위기설의 진원인 부채를 들여다 봤다.  
 
한 나라의 부채는 크게 정부 부채와 민간부채로 나뉘고, 민간부채는 다시 기업 부채와 가계부채로 갈린다. 중국 총부채 규모는 발표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254.8%였다. 아직 BIS의 지난 해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64%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약 250%)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일본(388%)에 비해서는 낮다.  
중국의 부채 증가 추세(왼쪽)와 국제 비교(오른쪽) [자료: 블룸버그]

중국의 부채 증가 추세(왼쪽)와 국제 비교(오른쪽) [자료: 블룸버그]

부채를 항목별로 뜯어 볼 필요가 있다. GDP대비 정부 부채는 45%선으로 매우 건전하다(미국은 106%, 일본은 270%). 가계부채 역시 40%선으로 건실하다. 문제는 기업에 있다. 2016년 9월 말 현재 GDP대비 기업 부채는 166.2%에 달했다(BIS통계). 일본과 유로존이 100%선, 미국은 70%선, 개도국 평균 105.9% 등에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높다.  
 
서방 전문가들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성장이 둔화될 경우 기업 도산이 늘어나고, 금융권에 영향을 줘 곧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면 부동산 분야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면 부동산 분야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기업부채가 화근이라면,  그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이 왜 그렇게 과도한 은행 부채를 안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수요 자금의 대부분을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증시 등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 비율은 약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남의 돈을 갖고 장사하기는 서방기업이나 중국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누구에게 그 리스크가 전이되냐의 차이다. 서방 기업들은 다수 투자가들에게, 중국 기업은 빌려준 몇 몇 은행에 집중된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역학을 고려해야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를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대출이 누구에게 나가 있는 지를 보자.  
 
현재 기업에 나가있는 은행권 대출의 약 75%가 국유기업에 몰려있다. 기업 중국 국유기업은 쉽게 부도가 나지 않는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부채 문제를 해결한다. 부채 과다가 통제 불능 수준의 기업 줄도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차단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 [사진 차이나랩]

중국인민은행 [사진 차이나랩]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유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사영기업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구조개혁에 둔감하다. 돈 먹는 하마다. 이런 점을 들어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부채위기의 핵심은 돈이 잘못 분배됐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자금이 비효율적인 곳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부채위기 해소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방에서 보기엔 다소 급진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바로 은행으로 하여금 부채와 자산을 교환토록 하는 것이다. 은행이 부채를 떠안는 대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동원되던 고전적인 해결법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대출채권-주식 교환 거래를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2016년 3분기에 300억 위안, 4분기에 2030억 위안, 그리고 올 1분기에만 4300억 위안의 부채를 이런 식으로 탕감해줬다. 화룽에너지는 대표적인 케이스. 10여 개에 달하는 이 회사 채권은행들은 129억 위안에 해당하는 채무를 떠안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기업부채는 절대로 늘리지 말라는 게 금융당국의 엄령이다.
 
그렇다고 은행 대출 창구를 닫아 놓는 건 아니다. 기업부문의 부채가 한계 상황에 이르면서, 이젠 은행들은 대출선을 가계 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택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전체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에 머물던 가계 대출이 작년 말부터 30%선으로 늘어났다. 풍선효과다. 이 자금이 몰린 곳이 바로 부동산이다. 덕택에 지난 1분기 주택재고는 전년대비 약 15%떨어졌다. 2013년이후 최저치다.  

정부도 이를 내버려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버블 붕괴는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부채 총량에 변한 것은 없다. 근본적인 부채 축소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열기 [사진 팡쉰왕]

부동산 투자 열기 [사진 팡쉰왕]

기업으로 향하는 출구는 막아놓고, 부동산 시장의 활기는 여전하고...그래서 더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그림자 금융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무디스는 그 규모를 8조50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GDP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산관리상품으로만 3조5000억 달러 규모가 은행과 기업, 지방정부 산하 투자공사를 연결하고 있다. 중국 금융 왜곡이 어느 정도 심한지를 보여준다.  
 
종합해보자.  
 
중국의 부채가 지난 2008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이게 곧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금융분야로의 전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수익성이 낮은 국유부문에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을 억제할 것이다.  
 
위기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증요법은 그림자 금융 관행을 심화시키는 등 경제를 더 왜곡시킬 뿐이다.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 중국 경제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채 문제는 속으로 곪고, 썩고 있다. 관치 금융의 숙명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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