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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문형표, 피고인 신문서도 "보고 안 받았다" "모른다"…부하 직원에게 책임 떠넘기기도

중앙일보 2017.05.15 17:40
“당시 저는 메르스 사태를 신경쓰느라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것도 몰랐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문형표(61) 전 장관이 피고인 신문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15일 문 전 장관 등의 14차 공판에서 문 전 장관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통상 피고인 신문 뒤엔 검찰이 재판부에 형량을 요구하는 결심과 선고 절차가 진행된다. 피고인 신문은 재판부가 사건을 판단하는 마지막 재판인 셈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호 기소’ 대상이었던 문 전 장관은 이날도 특검팀의 질문에 대부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삼성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복지부·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특검팀이 “2015년 6월 하순쯤 조남권 당시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으로부터 삼성 합병 관련 보고를 받고 ‘찬성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문 전 장관은 “사실 그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엔 특검팀이 ‘자꾸 청와대로부터 지시 받은 것 아니냐. 그러다가 당신이 다 뒤집어쓴다’고 해서 ‘그렇다’고 진술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은 또 “삼성 합병 건이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결정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전략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았냐”는 특검팀의 질문에도 “그런 보고서를 보지도 못했고 만들라고 지시도 안 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땐 보통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사안이 복잡할 경우에만 복지부의 전문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전문위에선 반대 결정이 나올 우려가 높기 때문에 투자위에서 의결하도록 했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내용이다.
 
문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복지부 직원들의 증언과도 배치된다. 지난 3월29일 법정에 출석한 최홍석 전 복지부 국민연금재정 과장은 “복지부가 삼성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론을 냈던 게 맞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그렇다”며 결정을 이끈 인물로 문 전 장관을 지목했다.
 
최 전 과장은 “문 전 장관이 ‘투자위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확실하게 해야한다’고도 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전문위가 삼성 합병을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를 열려고 하자 문 전 장관이 최 전 과장에게 ‘전문위원들을 만나 이를 무산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과장은 법정에서 ”당시 전문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공직 생활 중 이 순간이 가장 치욕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조 전 국장도 같은달 22일 법정에 나와 “2015년 6월 장관실에서 삼성 합병 진행 과정을 보고하자, 문 전 장관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찬성의 의중으로 이해했고, 이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무실을 찾아가 홍완선 당시 본부장에게 투자위에서 합병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문 전 장관은 “조 국장 등이 그렇게 진술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내릴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팀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도의적인 책임만 인정했다. 그는 “복지부 내부에서 찬성에 대한 묵시적 공감이 있었고 이때문에 객관적으로 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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