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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관 걸어서 출근한 문 대통령…‘한국판 웨스트 윙’ 일상화 되나

중앙일보 2017.05.15 17:2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에서 첫 출근했다. 이틀 전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이사한 문 대통령이 출근한 곳은 자신의 집무실인 본관이 아닌 비서진이 근무하는 여민관이었다. 여민관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로 간주돼왔으나 문 대통령은 주영훈 경호실장,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일정총괄팀장과 9분간 걸어서 이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김정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 관저에서 여민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김정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 관저에서 여민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출근길에는 김정숙 여사가 배웅에 나섰다. 김 여사는 관저 정문에서 “가세요 여보,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한 뒤 문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다가 5m 정도 쫓아와 “바지가 너무 짧다. 바지 하나 사야겠다. 다녀와요”라고 재차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요즘엔 이게 유행이래”라고 농을 건넸다.
 
문 대통령 임기 개시 엿새째를 맞은 청와대 풍경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본관 집무실 대신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지금까지 여민관을 주집무실로 사용한 대통령은 없었다.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한 문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에 새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까진 여민관에서 근무하기로 했다.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은 규모차이가 상당하다. 궁궐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본관은 지상 2층 건물로 연면적 8476m²(2564평)에 달한다.  천장 높이가 3m에 달하고, 집무실 입구부터 책상까지 15m에 이른다. 역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비서진들은 “문을 열고 책상까지 걸어가는 데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테니스를 쳐도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본관 집무실이 너무 넓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3개의 여민관 중 1관 3층에 자리잡은 대통령 집무실은 면적이 26~30㎡(8~9평) 정도로 본관에 비해선 비좁다.
 
대통령 집무실 사용 문제가 오랜 논란이 돼온 까닭은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 문제 때문이었다.
 
본관에서 여민관(이명박ㆍ박근혜 청와대에선 위민관)까지는 걸어서 15분, 차를 타고 5분이 걸린다. 대통령만을 위한 공간인 본관과 여민관이 동떨어져 있어 소통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본관 집무실과 관저, 두 곳에 모두 서면보고를 했던 게 한 단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여민관 집무실에서 호주 턴불 총리의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여민관 집무실에서 호주 턴불 총리의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여민관 생활이 일상화되면 청와대도 ‘한국판 웨스트 윙(west wingㆍ미국 백악관 서쪽 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웨스트 윙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어 소통하기에 편리하다. 독일 총리의 관저와 집무실, 비서진 사무실이 있는 분데스칸츨러암트(Bundeskanzleramt)도 총리 집무실과 비서실까지의 거리가 15걸음밖에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변화의 모습은 청와대 참모진의 언론 소통이다. 보도자료에 관련 청와대 참모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적시할 뿐 아니라 언론 담당인 국민소통수석(옛 홍보수석)이 아니어도 기자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 발표는 본인이 직접 할 뿐만 아니라 기자들과 거의 매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선 비서실장이 청와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하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통령 부인의 호칭도 달라졌다. 역대 대통령의 부인은 영부인(令夫人)으로 불렸다.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로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청와대는 대신 '여사'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여사가 독립적 인격으로 보는 의미가 있다”(청와대 고위관계자)면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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