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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로 칸 가는 봉준호 감독 "나의 첫 사랑 이야기"

중앙일보 2017.05.15 17:03
영화 '옥자'로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하는 봉준호 감독 [사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하는 봉준호 감독 [사진 넷플릭스]

 “나의 최초의 사랑이야기다. 첫 러브스토리 상대가 동물이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이다.” 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옥자’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설명했다.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봉감독은 2015년 운전을 하다 한 커다란 동물을 마주쳤다고 했다.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줍게 생긴 동물이었고 거기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상상 속의 동물과 산골 소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옥자' 중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상상 속의 동물과 산골 소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옥자' 중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 생긴 거대한 동물의 이름이다. 강원도 산골 소녀인 미자와 옥자는 서로 사랑하며 10년을 평화롭게 산다. 한 글로벌 기업이 나타나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면서 이야기는 사랑을 담은 모험으로 바뀐다.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업의 CEO, 옥자를 이용하는 동물학자가 출연한다.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험난한 여정은 강원도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시작해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맨해튼 월가에서 끝난다.

산골소녀 미자와 거대동물 옥자의 사랑이야기
"2년전 운전중 마주친 큰 동물에게서 영감
예산과 과감한 스토리로 투자 난항
넷플릭스 덕분에 찍은 영화"

봉감독은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복잡함이 있고, 이 복잡함을 영화 속에서 풍자했다”며 “어찌됐건 인간은 동물과 같이 시대를 살아간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과 가장 흉칙하고 추악한 일들을 동시에 다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영화를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칸 영화제 후보작으로 발표될 땐 ‘정치적’이라 소개됐다.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옥자’는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600억원)을 투자하고 배급을 맡았다. 제작사는 브래드 피트가 세운 플랜B. 전세계 190개국에서 다음 달 28일(미국시간 기준) 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극장 개봉은 한국ㆍ미국ㆍ영국에서만 한다. 때문에 칸 영화제에 ‘옥자’가 초청된 후 프랑스 극장협회가 극장 개봉을 전제하지 않은 영화는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봉감독은 이에 대해 “넷플릭스 덕분에 찍은 영화다. 규모ㆍ예산이 크고 스토리가 과감해서 투자를 망설이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 1960년대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한 영화 감독이 ‘영화는 죽었어. TV가 나왔기 때문이야’라고 하더라. 하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공존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트 최고 책임자도 “변화는 쉽지 않겠지만 스크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상호 배제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왼쪽)과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트 최고 책임자 [사진 넷플릭스]

봉준호 감독(왼쪽)과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트 최고 책임자 [사진 넷플릭스]

이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옥자’ 외에 홍상수 감독 ‘그후’, 소피아 코폴라 감독 ‘매혹당한 사람들’, 프랑소와 오종 감독 ‘라몽 두블레’ 등 18편이 진출했다. 봉감독은 칸 영화제 진출에 대해 “불 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의 심정”이라며 “두렵기도 하지만 저마다 영화의 아름다움이 기대된다”고 했다. 봉감독의 영화가 칸에 초청된 것은 네번째. ‘괴물’(2006), ‘도쿄!’(2008), ‘마더’(2009)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옥자’에는 할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과 국내 배우 안서현 등이 출연한다. 국내 극장에서는 다음 달 29일 개봉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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