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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사행성의 기준이 뭔가요?

중앙일보 2017.05.15 15:58
Q: 요즘 인형 뽑기방이나 컴퓨터 게임에 빠져 용돈을 탕진하다 부모님께 혼나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하는 '사다리 타기'도 ‘사행성 게임’에 해당하나요? 사행성의 기준은 뭔가요?  
 

사행성은 '요행을 바라고 횡재를 하려는 행동'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은 오락 아닌 도박
사이버머니 환전 가능하면 '사행성 게임'으로 규제

A: ‘현금처럼 이용 가능한 공짜 마일리지 제공.’ 틴틴 여러분 중에도 이런 광고 문자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호기심에 접속해 보니 홀짝·사다리 타기 게임입니다. 종종 친구들과 하던 게임입니다. 그러나 공짜로 제공된 사이버머니는 금방 소진되고, 아쉬운 마음에 휴대폰 소액결제로 충전까지 해서 빠져들게 됩니다. 이쯤 되면 이미 낚시에 걸린 겁니다. 불법 모바일 게임입니다.    
 
유혹은 거리에도 있습니다. 근래 인형 뽑기방이 부쩍 늘었습니다. 기계 안에는 예쁜 캐릭터 인형이 즐비합니다. 한 판에 1000원, 푼돈이니 재미 삼아 시도해봅니다. 그러나 인형은 잡을만하면 미끄러지길 반복하고, 순식간에 1만~2만원을 쓰게 됩니다. 며칠 쓸 용돈이 한순간의 유흥으로 날아갔습니다.   
 
물론 인형 뽑기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을 분류한 ‘합법적인’ 게임입니다. 단, 인형 뽑기방류의 게임물은 ‘5000원 이상 경품 제공 금지(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라는 단서 조항이 붙습니다.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있는 정품 캐릭터는 2만원이 넘습니다. 1000원을 넣고 단번에 2만 원짜리 인형을 뽑았다면 횡재를 하는 셈이지요. 최근 경찰 단속이 인형 뽑기방 단속에 나섰는데,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형 뽑기 자체가 사행성은 아니지만, 5000원 이상의 경품을 제공할 경우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행성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해볼까요. 사행(射倖)은 ‘요행을 바란다’는 뜻입니다. 사행 행위는 ‘요행을 바라고 하는 행동 ’이겠지요. 법적으로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상 제2조)’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사행성으로 분류될까요? 틴틴 여러분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다리 타기' 게임을 했습니다. 경품은 ‘방과 후 떡볶이 내기’입니다. 이런 경우를 ‘사행성이 있다’거나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어디까지나 놀이입니다. 
 
그러나 현금을 내걸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돈 먹고 돈 먹기.’ 도박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현금이 오가는 고스톱은 어떨까요. 명절에 가족끼리 즐기는 고스톱은 오랫동안 해온 오락입니다. 보통 ‘1점당 100원’의 고스톱을 도박으로 보진 않습니다. 사회 통념상 몇백원이 오가는 놀이를 도박으로 치지 않는 셈이지요.
 
사법 당국이 도박이냐 오락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판돈의 액수 말고도 더 있습니다. 놀이가 벌어진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한 사람들의 친분 관계 등도 고려합니다. 그러니까 친분이 없는 사람끼리 고액의 판돈을 걸고 화투놀이를 한다면 도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지요. 
 
합법적인 도박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행성 게임과 오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스포츠토토·소싸움 경기가 이에 속합니다. 흔히 사행 산업이라고 불리는데, 관광 수익 등을 목적으로 법적이 허용한 특별한 비지니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사행 산업은 늘 법 테두리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죠. 불법 경마와 불법 스포츠토토 등입니다. 근래엔 모바일을 통해 이용객을 끌어모으는데, 애초에 불법이기 때문에 성인 인증 없이 이뤄지고 잇습니다. 미성년인 청소년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단어는 지난 2006년 게임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생겼습니다. 앞서 1996년 ‘바다 이야기’라는 성인 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다 ‘사행성이 짙다’는 여론에 힘입어 단속의 철퇴를 맞고 모두 사라졌습니다. 바다 이야기는 처음엔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변질된 측면이 있습니다. 취득한 경품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현금 호환성’이 문제가 됐죠. 사이버 머니를 환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고 본 것이지요. 이런 전례 때문에 지금도 경품이 걸린 온라인 게임은 ‘사행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사행성 게임 중에 오락형으로 분류하는 온라인 게임도 있습니다. 사이버 머니를 걸고 하는 카드류 등입니다. 사행성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사이버 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름은 아닌 셈이죠. 물론 이런 경우 등급은 ‘청소년이용불가’입니다.  
 
사행성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관리·감독합니다. 12세·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청소년이용불가의 경우는 ‘게임의 주된 내용이 사실적인 사행행위 모사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게임의 내용 중 실제 도박 현장을 세세하게 묘사한 경우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죠.  
 
‘사행성 게임물’도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얻은 점수(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 제공하는 경우, 예시·자동진행·연타 등의 기능이 있는 경우, 게임물의 1시간당 이용 금액이 1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입니다.  
 
게임에서 노름(도박)과 놀이는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도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은 지난 2월 ‘다시 쓰는 대한민국 게임강국 프로젝트’ 포럼에서 흥미로운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단팥빵을 걸고 경주를 하는 게임은 현행법에선 등급분류 거부 대상이라고 합니다. 둘이 경주를 하고 승자가 경품을 받는다는 내용이 현재 사행 산업으로 분류된 경마를 모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등급분류를 통과하려면 거북이 혼자 달려야 한다는 것이죠. 틴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규제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나요?  
 
지난해 갤럽에서 조사한 ‘사행산업 이용실태’에 따르면 카지노 등 사행산업을 한번 이상 경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언제 처음 사행활동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20대 때부터"라고 응답한 사람이 32%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대 때부터 했다"는 사람도 12%나 됐습니다. 최초의 사행활동 경험은 ‘친목 목적의 게임’이 51%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복권 구매가 42%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스톱 등 친선 목적의 게임과 로또나 스포츠토토 등을 통해 ‘사행성 있는 활동’에 첫발을 뗀다는 말입니다. 물론 틴틴 여러분은 로또 등 복권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요즘 불법으로 행해지는 모바일에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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