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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도시바 반도체 매각 안돼" 중재신청…인수전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2017.05.15 15:43
도시바는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로 반도체·TV 등 핵심사업 매각에 나선다. [로이터=뉴스1]

도시바는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로 반도체·TV 등 핵심사업 매각에 나선다. [로이터=뉴스1]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사업 매각을 중단해 달라며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중재 신청서를 14일(현지시간) 제출했다.
 

WD "합작투자사 동의 없는 매각은 계약 위반"
도시바 "WD, 매각 방해 권리 없어" 출입금지 등 강수
모호한 지배권 조항 두고 법리 다툼할 듯
도시바, 2016년도 9500억엔 영업적자 '발등에 불'

WD는 도시바의 합작 투자사로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반도체 공장인 욧카이치(四日市)시의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에 공동 투자사의 동의 없이 도시바가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월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1차 매각 입찰에 참여한 WD는 합작 회사로서 인수를 자신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를 이용해 인수전에 뛰어들자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혁신기구는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손을 잡았다.
 
WD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밀리건은 “도시바가 합작사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합의 노력이 무산돼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중재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도시바는 “양사 간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WD는 반도체사업 매각을 막을 권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매각 방해를 멈추지 않으면 WD 직원의 공장 출입 및 네트워크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까닭은 지배권 조항의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작 계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법을 준거법으로 삼았으며, 계약서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배권의 변동 조항은 합작 회사 자체를 제3자에게 넘길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돼 있다. 이 조항 해석을 두고 중재 심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며, 최장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 매각 작업도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9500억 엔(약 9조425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시바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만약 중재위원회 결정 이전에 매각을 강행한다면 향후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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