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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녹음하는 거 놀랍지 않다" 전 직원 폭로

중앙일보 2017.05.15 08: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사태가 '녹음 테이프'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가 재임 전 대화를 녹음하는 걸 봤다는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코미는 우리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며 협박했고, 이는 백악관이 몰래 대화를 녹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녹음 테이프 공방으로 번진 FBI 국장 해임
WSJ "트럼프는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다"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백악관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관행은 지난 40년간 없었다는 게 통념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불명예 퇴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재임중 방문자와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한 것이 들통난 이후 이런 일은 금기시돼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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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한때 트럼프 타워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들과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트럼프가 녹음 테이프를 언급한 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사업가로서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동료나 다른 이들과의 통화 내용을 때때로 녹음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개 이상의 녹음 기기를 사용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녹음했다고 3명이 증언했다. 
 
WSJ은 이를 확인해 준 3명의 취재원은 모두 30년 이상 근무했던 고위급 인사라고 썼다. 네번째 취재원은 트럼프가 나중에 소송에 들어갈 때를 대비해 증거를 남기기 위해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WSJ에 말했다. 이들은 모두 후한이 두려워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신문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중 한명은 (회사와) 비밀유지서약(nondisclosure agreement)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개인 비서인 마이클 코언은 "지난 10년간 일했지만 트럼프의 전화기에 녹음 장치가 부착된 건 결코 본 적 없고, 그가 대화를 녹음한다는 걸 알아차린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이나 워싱턴에서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녹음하는 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 이후에도 자주 애용하는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는 대화의 참여자가 모두 동의해야 합법적으로 녹음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가 있는, 공공 장소에서 벌어진 행사를 녹음하는 것만 예외로 한다.
 
현재로선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녹음을 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라자 크리슈나무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백악관이 대통령과 코미 국장의 대화를 녹음한 모든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휘말린 마이클 플린 전 국가 안보 보좌관과의 관련 녹음 테이프 공개도 요구했다. 
 
미국에서 대화를 녹음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뉴욕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여러명의 부동산 관계자들이 WSJ에 말했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일어난다. 그리고 그러한 녹음 내용은 법정에서 표면화되기도 한다고 스티븐 마이스터 뉴욕 부동산 대리인은 말했다. 그는 한때 트럼프의 회사에서 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녹음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녹음 사실을 확인해준 증인들은 각각 다른 자격으로 다른 시기에 근무했으나 증언은 공통적이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 회사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었던 한 전직 직원은 "그는 사실상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녹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은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상대방에게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의 녹음이 법정 다툼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애틀란틱 시티의 샌즈 카지노를 소유한 프랫 호텔은 1989년 트럼프의 카지노 회사와 소송을 벌였다. 프랫 호텔 측의 트럼프 플라자 카지노 옆 건물 매입 시도를 트럼프 측이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프랫 호텔의 대표였던 윌리엄 와이드너는 WSJ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적 절차 과정에서 트럼프 측이 녹음 테이프를 표면화했다고 증언했다. 와이드너가 둘 사이의 대화를 잘못 설명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측이 녹음 자료를 꺼냈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와이드너에게 대화 내용을 녹음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기간 WSJ의 기자는 트럼프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대화를 녹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대통령' 역시 자신도 녹음할 것이라고 하고는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치우자 그 밑에 있던 스마트폰이 드러났다. WSJ은 대화 내용이 이미 녹음이 되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썼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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