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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수사권 넘어 영장청구권까지 갖기 추진

중앙일보 2017.05.15 02:55 종합 10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가 표면화하자 경찰이 “개헌 없이도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자체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사실상 수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영장청구권을 헌법상 검찰이 독점하고 있어 경찰은 “수사에서 검경을 상명하복 구조로 만드는 원흉”이라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현재는 경찰이 검찰에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이를 검토한 뒤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지만 그 이전인 검찰 단계에서 기각될 수 있다.
 

영장 청구 못하면 검찰 간섭 못 벗어
이철성 “한국만 헌법에 검사로 한정”
개헌 않고 형소법 바꾸는 방안 연구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간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보완 지시를 내리거나 때론 이를 뭉개는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해 왔다”며 “영장청구권이 없으면 검찰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영장주의의 본질은 인신 구속 등 강제처분을 독립된 법관의 판단으로 하자는 것이다. 청구 주체(검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고 주장해 왔다.
 
헌법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12조),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16조)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헌을 통해 해당 조항을 바꾸는 게 맞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현행 헌법하에서도 형사소송법을 일부 바꾸면 경찰이 실질적인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리가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검사의 영장심사를 형식 심사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논리의 비약이 없는지 등 형식 요건만 따지도록 하고 수사 내용에 대한 판단은 법관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변호사 자격과 수사 경력을 갖춘 일부 경찰관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별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는 것과 비슷한 법리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현직 경찰관은 200여 명이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일부 헌법학자들에게서 위헌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것에 대비한 매뉴얼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끝낸 후 검찰에 송치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소 단계에서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를 일선 경찰들이 알도록 정리·배포하겠다는 의미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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