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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파견 갔던 ‘늘공’에 쏠리는 눈

중앙일보 2017.05.15 02:04 종합 8면 지면보기
“노무현 정부 시절 ‘늘공’이 ‘금값’이 될 거다.”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요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면서부터 관가 안팎에서 떠돈 말이다. 문 후보는 정치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국정철학이 다른 만큼 당선되면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이 새 정부에서 중용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대통령과 정무적 호흡 맞추기 쉬워
청와대·내각에 중용 관측 많아
이용섭·윤대희 경제부총리 하마평
오영호·우태희도 산업부 장관 거론
전문가 “그들만의 리그 안 돼야”

‘늘공’은 ‘늘 공무원’의 준말이다. 청와대에 파견 간 직업공무원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예상대로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노무현 정부 때 늘공이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비서실장·민정수석비서관 등을 맡았던 만큼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공무원을 많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관측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된 홍남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비고시’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에 ‘깜짝’ 발탁된 이정도 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홍 실장은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과 정책실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이 비서관 역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다. 익명을 원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향후 인사에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공직자들이 청와대 등에 중용되거나 부처의 실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파견 공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미 문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인사가 많이 있다. 2006년 7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을 맡았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장차관들로 조직된 모임인 ‘10년의 힘’을 이끌면서 문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장관보다 앞서 2004년 1~6월 정책실장을 했던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차관급인 수석비서관을 맡았던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도 ‘10년의 힘’ 주력 멤버다.
 
차기 내각 후보군에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경험을 한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이용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혁신관리수석비서관을 맡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도 지냈다.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도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을 했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도 경제부총리 또는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거명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꼽히는 오영호 전 KOTRA 사장과 우태희 산업부 2차관도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산업정책비서관, 산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는 현직 장차관급 인사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형환 산업부 장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들의 유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현재 1급 고위직이나 실·국장 중 노무현 정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신동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유재수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김현준 국세청 기획조정관,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등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다.
 
현재 ‘친정’ 부처를 떠났지만 과거 인연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도 있다. 예컨대 기재부 출신인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 한명진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고위 공직자는 익명을 전제로 “인사와 관련해 아직 어떤 언질도 들은 적이 없다”며 “고위 공직급 인사는 과거 경력은 물론 여러 측면을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신뢰 관계가 있고 정무적 호흡을 맞추기 쉬운 공무원을 등용하는 걸 문제 삼을 수 없다”며 “다만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능력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인물을 발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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