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일본 철도 독점해체 30년, 연 2조엔 적자서 1조엔 흑자로

중앙일보 2017.05.15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초호화 침대열차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 [사진 지지통신]

초호화 침대열차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사진 지지통신]

지난 1일 오전 11시 40분 도쿄 우에노(上野) 역. 전체 10량 17개 객실에 33명을 태운 호화 침대 열차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四季島)’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3박 4일간 도호쿠(東北) 지방·홋카이도(北海道)를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의 최고 가격은 2인 1실 기준 95만엔(약 950만원). 최고급 객실은 복층에 편백 욕조도 갖췄다. 차량은 선두와 후미가 유리인 전망 칸으로 꾸며졌고 고급 라운지도 있다. 달리는 호텔 스위트룸이다. 열차는 연말까지 3박 4일 코스 21편과 1박 2일 코스 20편이 운행된다.
 

국철 분할해 민영화 JR 7개 회사
‘라이벌 구도’로 서비스 경쟁 나서
3박4일 950만원 관광열차 내놓고
부동산 개발 등 비즈니스 다각화
지방 노선은 인구 줄며 잇단 폐지
열차 1편에 승객 5.3명 노선도

시키시마의 아키바 미호(秋葉美穗)투어데스크는 “1일 출발한 최고급 객실의 예약 경쟁률은 76대 1이었다”며 “내년 3월까지의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JR 히가시니혼(東日本)은 사업비로 차량 제조비를 포함해 100억엔을 들였다. 하시모토 히데키(橋本英樹) 홍보 담당은 “시키시마는 철도를 통한 크루즈 여행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관광 입국에 기여하고 지방의 매력을 발신하는 가교 역할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R 규슈(九州)는 2013년부터 초호화 열차 ‘나나쓰보시 인 규슈’를 편성하고 있다. 규슈를 일주하는 3박 4일 코스의 최고가는 95만엔으로 시키시마와 같다. 올 9월까지 모두 325편의 운행이 확정됐고, 평균 예약 경쟁률은 22대 1이었다. JR 니시니혼(西日本)은 다음 달 초호화 열차 ‘미즈카제(瑞風)’를 선보인다.
 
일본국유철도(국철)가 1987년 4월 분할·민영화돼 JR 7개사가 탄생한 지 30년-.
 
적자·노사 분규에 허덕이던 거대 독점 공기업은 JR 시대를 맞아 서로 경쟁하는 라이벌로 바뀌었다. 철도가 하나의 교통수단에서 관광 목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불침함(不沈艦)이라 불린 국철의 무책임 경영 체질도 온데간데없다. JR은 부동산 등 사업 다각화로 히가시니혼·도카이(東海)·니시니혼·규슈의 지역 4개사와 화물 1개사가 흑자로 돌아섰다. 적자 회사는 JR 홋카이도(北海道)·시코쿠(四國) 뿐이다.
 
전문가 “국철 해체는 전후 최대의 개혁”
 
JR 각사의 명암은 엇갈리지만 국철 분할·민영화는 성공한 행정 개혁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판명났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국철은 64년 이래 해마다 2조엔 가까이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은 악순환에 빠졌다. 승객을 자가용·비행기에 빼앗기자 수입 확보를 위해 운임을 더 올리면서다. 조합원이 10만명으로 일본 최대였던 노조의 파업과 준법 투쟁도 경영 악화에 한몫했다. JR 7개사 전체는 지난해 1조2096억엔의 흑자를 냈다. 부채는 30년 새 37조1000억엔에서 6조5000억엔으로, 직원수는 27만여명에서 13만명으로 줄었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86년 1155만엔에서 3739만엔으로 올라갔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 재정 기여도다. 국철은 해마다 약 6000억엔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JR 7개사는 연간 약 4100억엔의 세금을 낸다. 하시야마 레이지로(橋山禮治郞)전 메이세이대 교수(공공 프로젝트)는 언론에 “국철 해체는 전후 최대의 대개혁”이라며 “민영화로 JR은 기적적으로 재생했고 국민의 편리성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JR의 경영 여건 개선은 투자 여력을 낳았다. 지난 12일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차량기지 터. 돔 야구장 세 배 규모(13㏊)의 부지로 대형 콘크리트 트럭이 연신 들락거렸다. 새 역사(驛舍)와 상업·주택 시설을 조성하는 ‘시나가와 개발 프로젝트’ 대공사가 지난 2월 시작되면서다. 시나가와는 하네다 공항, 각 지방과 철도로 연결돼 우리한테도 널리 알려진 교통의 요충지다.
 
JR 히가시니혼은 5000억엔을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나가와를 도쿄의 새로운 현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시나가와 신역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잠정 개업한다. 철도와 대규모 상업 시설의 결합은 새로운 여객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사 도미타 데쓰로(富田哲郞)사장은 지난 2월 기공식에서 “일본의 문화와 기술을 나타내 세계의 기업과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JR 각사가 모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JR 7개사의 운수 외 수입은 2조엔을 넘어섰다.
 
JR 도카이는 최고 시속 500㎞인 꿈의 초특급 ‘리니어 중앙 신칸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의 대동맥인 도쿄~오사카(大阪)간 고속철 신칸센을 운영한다. 리니어 신칸센은 열차가 선로에서 10㎝ 정도 부상해서 달리는 초전도 리니어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사업 규모는 약 9조엔이다. 2027년에 도쿄~나고야(名古屋) 구간을 40분, 이르면 2037년 도쿄~오사카 구간을 67분만에 주파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두 구간의 소요 시간은 지금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다. JR 30년이 시간 단축의 역사라면 10년 후에 또 다른 장(章)이 열리는 셈이다. JR 출범 이래 신칸센은 900㎞ 연장돼 규슈와 홋카이도까지 연결됐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열차 1편당 지각도 평균 3.1분에서 12초로 줄었다.
 
철도 대동맥 튼튼하지만 모세혈관 멈춰
 
미요시시와 고쓰시를 잇는 산코센 열차로, 승객이 감소해 내년 봄 노선이 폐지된다. [사진 지지통신]

미요시시와 고쓰시를잇는 산코센 열차로, 승객이 감소해 내년 봄 노선이 폐지된다. [사진 지지통신]

하지만 JR의 과제도 적잖다. 지방 노선 적자 문제는 대표적이다. 지난 30년간 1142㎞가 폐선됐다. 지방 인구 감소에 따른 낮은 탑승률 때문이다. 최근 지방선 폐지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JR니시니혼은 내년 봄 히로시마(廣島)현 미요시(三次)시와 시마네(島根)현 고쓰(江津)시를 잇는 산코센(三江線) 108.1㎞의 운행을 중단한다. 2014년 이 노선의 열차 한 편당 평균 승객 수는 5.3명이었다.
 
JR 홋카이도의 상황도 만만찮다. 홋카이도 중서부 루모이(留萌)시~후카가와(深川)시를 잇는 루모이본선은 1개 열차당 평균 승객수가 11명에 불과하다. 이 노선상 인구 감소율은 58.2%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전체 24개 노선 가운데 13개선(1237㎞)의 사업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다. 승객이 적은 노선은 없애고 버스 전환 등을 관련 지자체에 제안했다. 철도의 대동맥은 튼튼하지만 모세혈관이 멈추는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소네 사토루(曾根悟) 공학원대 명예 교수는 언론에 “국철 분할 민영화는 성공이었지만 양면이 있다”며 “서비스가 향상되고 안전해진 것은 이용자가 받은 빛의 부분이지만 지방선의 어려움은 그림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