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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쌀까, 제품 모델명 찍기만 하면 최저가 쫙~

중앙일보 2017.05.15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국내에서는 드물게 스웨덴 왕립공대를 나온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찍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국내에서는 드물게 스웨덴 왕립공대를 나온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찍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소비자 조사 업체인 칸타월드패널의 ‘스타일 쇼핑 조사’에 따르면 고객 10명 중 6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대개 스마트폰에 제품의 모델명 등을 입력하거나 사진을 찍어 가격을 비교한다. 그러나 제품명은 영어와 숫자가 섞여 10자가 넘는 경우가 많아 외우거나 입력하기 쉽지 않다.
 

‘찍검’앱 내놓은 로켓뷰 김화경 대표
매장서 본 뒤 온라인 구매 많지만
모델명 길어 외우기 힘든 점 착안
해외 여행 때 전자제품 사용 쉽게
사진 찍으면 작동법 뜨는 앱도 개발

사물인터넷(IoT) 관련 스타트업인 로켓뷰(Rocket View)의 김화경(37) 대표는 바로 이런 불편함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로켓뷰의 대표 기술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다. 김화경 대표는 이를 십분 활용해 지난 3월 ‘찍검(찍고 검색)’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았다. 찍검 사용법은 간단하다. 제품에 붙어 있는 제품명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곧바로 최저가를 비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최저가 비교 서비스의 후발주자이지만 어느 서비스보다 편리함을 갖췄다”며 “화장품 분야의 최저가 비교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 간 거래(B2B)용 서비스라 일반인이 당장 사용할 수는 없지만 김 대표가 회사의 주력 서비스로 키우려는 앱이 하나 더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전자제품을 찍으면 그것을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라이콘(Licon)’이다. 라이콘은 해외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에게 유용한 앱이다. 예컨대 동남아시아나 북유럽, 아프리카 같은 곳을 여행할 때 숙박업소에서 흔히 부딪히는 문제는 전자기기 사용법이다. 작동법은 대부분 영어로 돼 있게 마련이지만 낯선 언어일 때도 있다. 또 노인을 비롯해 전자제품 작동에 미숙한 사람은 숙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게 마련이다. 김 대표는 “해외 여행을 가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마련하는데 라디에이터 같은 기기는 사용할 수 없어 호스트를 부른 적이 있다”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라이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동법은 찍검 못지 않게 쉽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디에이터를 비추면 전원이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이 스마트폰에 뜬다. TV나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현재 20여 종류의 전자제품을 인식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이콘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호텔·리조트나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업체와 만나고 있다.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벤처기업에서 3년간 일한 김 대표는 2006년 스웨덴 왕립공대에 진학했다. 근무환경이 열악해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우연히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바로 사표를 냈다. 그는 왕립공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했다. 이역만리에서 외롭기도 했지만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현지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러나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한국으로 유턴했고, 삼성전자에 들어갔다.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전문인 김 대표는 2012년 삼성전자가 만든 창의개발센터로 눈을 돌렸다. 꽉 짜인 조직문화에 답답함을 느끼던 그는 창의개발센터의 프로젝트인 사내 벤처 ‘C랩(C-Lab)’에 도전했다. 2015년 C랩에 응모한 아이디어만 700여 개.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11개 과제가 선정됐다. 당시 김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내놓았고,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도 인정받는 UI·UX 전문가였지만 이듬해 이 팀을 이끌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현재 직원이 나 포함 5명뿐이지만 모두 알아서 일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로켓뷰의 매출은 미미하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에서 분사할 때 받은 투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투자 유치도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목표는 찍검이나 라이콘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며 웃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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