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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마트폰 사업 접는 팬택

중앙일보 2017.05.15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전경. 건물주는 한샘으로 팬택은 이 건물에 세들어 있다. [중앙포토]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전경. 건물주는 한샘으로 팬택은 이 건물에 세들어 있다. [중앙포토]

5년 전 3000여 명이었던 임직원은 이제 3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걸었던 베트남 합작사 설립도 보류되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불과 7년 전 ‘베가’ 브랜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던 팬택의 현실이다.
 

베트남과 합작 보류, 회생 차질
대주주도 추가 자금지원 어려워
업계선 “노키아 모델 벤치마킹을”

팬택은 지난 11일 150여 명이었던 임직원을 30여 명으로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2015년 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졸업 후 세 번째 맞은 구조조정이다. 대주주인 쏠리드는 이번 구조조정을 두고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집중하려는 것이고 휴대폰 사업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업 중단설’을 일축했으나 시장에선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고 있다. 스마트폰 개발 인력이 대부분 퇴사했고 관련 특허도 매각 중인 마당에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희망 사항’에 가깝기 때문이다.
 
팬택은 구조조정에 나서기 전 베트남 이동통신사와 합작사 설립에 주력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신작 ‘IM -100’이 고전하면서 재무상황이 급격히 나빠지자 베트남 이통사 자본을 끌어들여 올 연말께 스마트폰 신작을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이달 초 전면 보류됐다.
 
팬택 관계자는 “베트남 이통사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다시 협의할 순 있지만,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놔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합작사 설립 보류는 팬택으로선 치명적이다. 팬택의 2016년도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회계법인의 의견이 나와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팬택이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베트남 합작사 설립이다. 팬택이 보유한 특허권을 매각하는 안도 제시됐지만, 모든 특허권을 팔아도 사업밑천(자본금)을 몽땅 까먹고 470억원이 부족한 상태(자본잠식)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베트남 합작사 설립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셈이다.
 
2015년 10월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에 인수된 뒤 팬택은 대주주 대출에 연명해 지금까지 버텨왔다. 팬택이 지난해 말 대주주 등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잔액은 총 580억원. 팬택이 빚을 갚지 못하자 쏠리드도 지난해 513억원 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주주 쏠리드가 자회사를 더는 지원할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서충우 SK증권 연구원은 “쏠리드는 자회사에 자본을 더 보태줄(증자) 여력이 없기 때문에 팬택에 대해서도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의 위기는 ‘동남아를 겨냥한 보급형 스마트폰 생산’이라는 일차원적 전략만 고수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과의 기술 경쟁을 피해 동남아 진출을 노렸지만, 이곳에서도 대기업의 보급형 모델이 주름잡는 ‘레드오션’에 봉착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폰은 삼성전자 저가형 모델 갤럭시 ‘J시리즈’와 중국 오포의 ‘네오5’ 였다. 이런 해외 진출 실패는 매출 구성에서도 드러나 있다. 팬택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체 (516억원) 중 4.9%에 불과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팬택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키아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노키아는 휴대폰 회사가 아니라 통신장비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며 “팬택도 동남아 진출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면 아예 스마트폰이 보편화하지 않은 나라에서 피처폰 사업을 하거나 세컨드폰 시장에 나서보는 등 예측 불가능한 전략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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