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율차 손잡은 SKT·엔비디아 … 첫 대상은 3D 초정밀 지도

중앙일보 2017.05.15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거리를 질주하는 자율주행차가 LTE급보다 최대 200배 빠른 5G 네트워크로 관제센터와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카메라·센서의 성능이 저하되는 악천후나 야간에는 3차원(3D) 초정밀 지도를 활용해 길을 찾는다. 이 자동차에는 SK텔레콤(SKT)과 미국 엔비디아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이 탑재돼 있다.’
 

박정호 사장 - 젠슨 황 CEO 개발협약
통신·그래픽 처리 5G 기술 결합
스스로 출발, 차선 바꾸는 차 목표
SK “도시바 인수 좋은 결과 기대”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과 엔비디아 젠슨 황CEO는 12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자율차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과 엔비디아 젠슨 황CEO는 12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자율차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SK텔레콤]

SKT의 박정호 사장이 그리는 미래 서울의 모습이다. 박 사장은 12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자율주행의 필수 요소인 GPU(그래픽 처리장치) 세계 1위인 엔비디아와 빅데이터·통신기술에서 앞서 있는 SKT가 힘을 합쳐 세계 톱 수준의 자율주행 동맹을 이끌어 가기로 했다”며 “이르면 2021년 스스로 출발하고 차선을 바꾸는 자율주행차가 서울을 누빌 것”이라고 밝혔다.
 
SKT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박 사장은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을 위해 통신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SKT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그가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직후 열렸다.
 
두 회사가 바로 협력을 시작할 분야는 지형·지물을 25㎝ 단위 이하로 식별하는 3D 초정밀 지도다. SKT가 확보한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지도 제작 솔루션을 접목해 정확성을 높이고 제작 비용을 줄인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주변 지역의 3D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인명사고는 트럭의 짐칸을 도로 안내판으로 오인해 발생했는데, 3D 초정밀 지도라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젠슨 황은 자동차용 지도 서비스에서 시작한 SKT의 T맵이 자율주행에 적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5G 기반 차량 통신도 협력한다. 5G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비상상황 발생시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 안전 주행을 도울 뿐만 아니라, 손과 눈이 자유로워진 운전자에게 영화·영상회의 등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박 사장은 “SKT 주도로 5G를 활용한 차량 간 통신 기술을 개발해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SKT의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에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다른 자율주행 기술도 발전시키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간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에 부착된 센서와 카메라 중심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앞으로는 차량이 관제센터는 물론 다른 차량·사물인터넷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사실 SKT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자율주행차의 전 단계인 커넥티드카 ‘T5’를 선보이고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5G자동차협회’에 가입하는 등 자율주행차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수익원을 발굴하고 새로운 ICT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박 사장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과금했는데,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으로부터 통신 요금을 받을 수 있다. SKT의 AI 비서(누구), 미디어 플랫폼(옥수수), SK그룹의 카쉐어링(쏘카), 렌터카(SK렌터카), 중고차 거래(SK엔카), 정유사업(SK에너지) 등과 기술 연계도 가능하다. 그는 “단순히 자율주행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물과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박 사장은 “일본에서 한국 기사를 전부 번역해 확인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서로 ‘윈-윈’할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사회 취약 계층의 부담을 줄일 것이냐, 아니면 기업의 재투자를 늘일 것이냐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새너제이(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