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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의 ‘마중물 효과’ 트럼프 “내가 만든 말”

중앙일보 2017.05.15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는데, 인터뷰 당사자의 발언이 시원찮거나 심지어 황당한 주장을 하다면? 어쨌든 인터뷰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나 언론사의 입장은 참 난감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런 고민을 한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트럼프와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전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인터넷에만 공개했다. 지난주말 발매된 잡지에는 간략한 발췌문(excerpt) 몇 개만 게재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서 무식 드러내

그 대신 잡지 커버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 기사를 냈다. 트럼프 얼굴에 빨간 줄을 사선으로 확 그어놓은 표지 그림(사진)과 함께 였다.
 
인터넷에 공개된 인터뷰 전문은 그 자체가 화제가 됐다. 경제에 대한 트럼프의 ‘식견’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인터뷰 도중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로 낮추는 자신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얘기하면서 “미 경제에 ‘마중물(priming the pump)’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중물은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미리 붓는 물이다.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족할 때는 재정을 투입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자는 마중물 아이디어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마중물이란 표현을 전에 들어본 적이 있나.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엊그제 생각해냈고, 아주 좋은 생각이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면서 트럼프는 언론의 조소를 피하지 못했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가 만든 신조어이기는커녕, 마중물은 1930년대부터 널리 쓰인 경제학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시사지 디 애틀랜틱은 “트럼프는 자기가 말하는 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고, 더 배우려는 생각조차 거의 없다”며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 내내, 트럼프는 주로 무역과 경제에 대해 오락가락했고, 의미없이 공허했다”고 평가했다.
 
통상적인 인터뷰 기사 대신 발언 전문 공개-.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를 상대한 방식이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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