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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모집, 17초만에 마감...돈 몰리는 P2P, '고수익 장미' 속 '연체율 가시' 조심

중앙일보 2017.05.15 00:05
 누적 대출액 1조원 돌파, 15억원 모집에 걸린 시간 17초….
 

P2P 누적대출액, 4월 말 1조1297억원
‘1000만원 제한’ 시행 전 투자금 몰려
평균 수익률 세후 연 8% 넘어, 투자 ‘전쟁’ 치열
“수익률만 좇아선 곤란…위험 따져야”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 대출의 치솟는 인기를 보여주는 숫자다. 돈이 몰리고 있다. 14일 P2P 금융 연구기관인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P2P 누적 대출액은 1조1297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새 1669억원이 늘며 1조원을 돌파했다. 
자료: 크라우드연구소

자료: 크라우드연구소

 
 특히, 오는 29일 1인당 1000만원 투자 제한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올 연말이면 지난해 말 이 연구소가 추정한 누적 대출액 1조5000억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9일 이전에 투자한 돈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시행 전에 투자를 끝내겠다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며 “여기에 P2P 업체들이 투자 한도 제한이 없는 법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4월 대출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P2P대출 인기는 저금리가 낳은 예견된 결과다. 크라우드연구소가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P2P대출 상품의 평균 수익률(세전)은 연 13.8%다. 여기에 수익에 대한 세금 27.5%(이자소득세 25%+주민세 2.5%)와 취급 수수료를 제해도 세후 연 8%의 수익이 가능하다(참고로 은행 예금 이자에는 16.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P2P대출 투자 수익은 ‘비영업대금에 대한 이자소득’으로 분류돼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관련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P2P대출 업체가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1%대 수준에 그치는 은행 예금의 5배는 웃도는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몰리는 돈에 업체들도 우후죽순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만 9개 업체가 새로 생겨났다. 지난달 현재 P2P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회사는 148곳에 달한다. 1년 전 만해도 30개사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청년 스타트업 형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금융회사에서 퇴직한 사람이 치킨 가게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을 살려 P2P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체 수는 늘지만 옥석은 가려지는 분위기다. 특히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우량 업체로 돈이 몰린다. P2P대출 회사들의 모임인 한국P2P금융협회에 가입하려면 연체율ㆍ부실률 등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148개사 중 협회에 가입한 회사는 45곳에 그친다. 그런데 이들 업체의 누적 대출액이 지난달 말 현재 8680억원이다. 전체 대출액의 77%에 달한다. 검증된 곳으로 자금이 쏠린다는 의미다. 지난달 누적 대출액이 500억원을 웃도는 피플펀드(150억원), 루프펀딩(145억원), 테라펀딩(111억원) 등에 돈이 몰렸다.
 
 몰려드는 돈에 투자도 쉽지 않다. 지난달 24일 테라펀딩이 모집한 15억원짜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물건은 17초 만에 투자가 마감됐다. 초당 8820만원이 모인 셈이다. 이 회사가 지난 10일 모집한 4개의 물건은 모두 1분여 만에 투자가 끝났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투자 모집이 너무 빨리 마감돼 도저히 투자할 수 없다는 불만에 따라 조건을 정해두면 자동 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을 오픈했는데도 투자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가이드라인 시행 전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그만큼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투자자 피해가 늘어날까 우려한다. 검증된 업체의 우량 상품에 투자를 못 하면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부실화 가능성이 큰 상품에까지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1인당 피해 금액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추는 대신, 1000만원 이하 피해자를 다수 양산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연체율(1~3개월 상환 지연)이나 부실률(3개월 이상 상환 지연)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P2P대출 상품의 만기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소속 45개 업체의 평균 연체율과 부실률은 각각 0.73%, 0.1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빌리는 지난달 말 현재 연체율이 6.83%다. 3월 말 0.11%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개인 신용 대출 비중이 큰 8퍼센트는 부실률이 1월 0.98%에서 매달 꾸준히 올라 지난달 말엔 1.22%까지 높아졌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개인 신용 대출은 서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부실화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P2P대출에 투자할 때 수익률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누적 대출액, 연체ㆍ부실률, 상품별 담보율 및 투자 등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차미나 선임연구원은 “P2P대출 투자 수익률은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난 뒤 대체로 8% 전후”라며 “지나치게 수익률이 높다면 투자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P2P금융협회

자료: 한국P2P금융협회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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