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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못 놀아줘 미안해" 초보 아빠들 소망은?

중앙일보 2017.05.15 00:01
보건복지부가 14일 주최한 '100인의 아빠단' 7기 발대식이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렸다. 포토존에서 아빠와 딸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14일 주최한 '100인의 아빠단' 7기 발대식이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렸다. 포토존에서 아빠와 딸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아빠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요. 저를 웃게 해주니까요!”

딸 예원(7)의 말에 김성환(38)씨 얼굴이 환해졌다. 경기도 여주에서 직장을 다녀 일주일에 세 번만 서울 집에 오는 김씨는 아이와 만나는 매시간이 소중하다. 하루에 5분이라도 더 같이 뒹굴려고 하고, 주말마다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미안함이 있다. 김씨는 “머리로는 잘 놀아주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모집에 5대 1 경쟁율
"칼퇴근 해서 우리 애 잠들기 전 집에 왔으면"
올해로 7년째… 초보 아빠들 6개월 학습 모임
14일 발대식…온라인 카페는 누구에게나 개방

 
지난 14일 오후 김씨 등 아빠 100명, 예원이 같은 자녀 15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100인의 아빠단’ 7기 발대식.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은 김씨 같은 마음을 가진 아빠, 그리고 예원이 같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에 서툰 초보 아빠에게 육아법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아빠들의 육아 모임이다. 김씨는 “예원이와 둘만의 놀이를 개발해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은 아이들의 웃음· 울음소리, 걸을 때마다 ‘뾱뾱’거리는 아기 신발 소리 등으로 시끌벅적했다. 박용재(35)씨는 26개월 된 딸 서정이를 안고 발대식에 왔다. 박씨는 “아이들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겠지만 아직 방법을 잘 모른다. 육아 정보를 검색하다가 이런 행사가 있다는 접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100인의 아빠단’은 복지부가 저출산을 해소하고 부부 양성평등을 장려하기 위해 2011년 만들었다. 2016년까지 약 900여 명의 아빠가 참여해 활동했다. 이번에 모인 7기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6개월간 활동한다. 발대식엔 20명의 멘토 아빠도 함께 했다. 
'100인의 아빠단' 7기에 선발된 초보 아빠 100명과 자녀들의 단체 사진. [사진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7기에 선발된 초보 아빠 100명과 자녀들의 단체 사진. [사진 보건복지부]

복지부는 네이버앱 주제판 ‘맘·키즈(naver.me/mom)’를 통해 ‘100인의 아빠단’을 모집했다. 이번 7기 모집엔 모두 527명이 지원했다. 지원자들이 낸 사연과 참여 동기 등을 심사해 100명을 추렸다. 5.2대 1의 경쟁율은 아빠들이 육아에 관심 높고 여성의 가사·육아 부담을 적극 덜어주려는 의욕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빠들이 느끼는 현실 속 장벽은 여전히 높다. 초보 부모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저출산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날 행사장에 온 아빠·엄마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칼퇴(정시 퇴근)’였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을 낼 수 없다. 칼퇴근을 하고 싶다.” 

많은 아빠가 이렇게 얘기했다. 여섯 살, 세 살의 두 아들을 키우는 김대석(38)씨는 "일주일에 4~5일은 야근을 한다"고 했다. 아내 이엘리(33)씨는 “주말에 아빠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엄마는 찾지도 않는다. 아빠와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한 달에 며칠밖에 기회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윤구(5) 아빠 김정일(37)씨의 말에도 주변의 많은 아빠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구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서 유치원에 가려면 저녁 8시엔 잠자리에 들어야 해요. 그 전에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윤구가 깨 있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요.”  

세 살 딸을 둔 장은혜(31)씨가 조심스럽게 꺼낸 소망은 초보 아빠들이 겪는 여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편이 야근을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회식은 빠지기 어려워 해요. 회사에서 좀 더 배려를 해주면 좋겠어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공통된 고민이었다. 세 살 딸 가윤이와 함께 온 김경수(40)씨는 “아이 둘 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탈락해서 사립에 보내고 있는데 어린이집이 쉬는 날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주(3) 아빠 최연수(36) 씨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서정이 아빠 박용재씨는 “최근 둘째 아이가 태어나 남성 육아휴직을 쓰고도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100만원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인사담당 직원이라 주변에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다니는데 정작 내 아이를 위해서는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라면서 “새 정부에서는 휴직급여 상한액을 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행사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쿠킹 마술쇼' 공연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밀가루 반죽으로 과자를 만들고 공연단이 선보이는 비눗방울쇼·마술쇼 등을 관람했다. [사진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이날 행사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쿠킹 마술쇼' 공연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밀가루 반죽으로 과자를 만들고 공연단이 선보이는 비눗방울쇼·마술쇼 등을 관람했다. [사진 보건복지부]

이날 발대식에선 ‘아빠와 함께하는 쿠킹 마술쇼’ 공연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밀가루 반죽으로 쿠키를 만들었다. 쿠키가 구워지는 동안 비눗방울쇼·마술쇼·그림자 연극 등을 관람했다. 복지부는 “초보아빠들이 멘토단과 함께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고, 이를 공유·확산함으로써 부부가 동등하게 가사·육아에 참여하는 새로운 가족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멘토 아빠와 초보 아빠들은 온라인 커뮤니티(cafe.naver.com/motherplusall)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활동에서 공유되는 육아 노하우는 아빠들의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할 수 있고, 양질의 육아 콘텐츠는 ‘맘·키즈’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커뮤니티(클릭하면 이동)와 ‘맘·키즈(클릭하면 이동)’는 모든 네티즌에게 열려 있다. '100인의 아빠단'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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