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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무현 대통령 살아있었다면, 내가 끝난 지점이 문재인의 시작이길 바랄 것"

중앙일보 2017.05.15 00:01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첫 번째)이 노무현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왼쪽 두 번째),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왼쪽 첫 번째)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환담나누는 모습.[중앙일보DB]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첫 번째)이 노무현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왼쪽 두 번째),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왼쪽 첫 번째)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환담나누는 모습.[중앙일보DB]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3가의 한 카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서 '정책브레인' 역할을 해온 성경륭(63) 한림대 사회과학부 교수를 기자가 단독으로 만났다. 성 교수는 노무현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마지막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카페로 들어서자 성 교수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성 교수가 허리에 두른 벨트였다. 성 교수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마크가 새겨진 벨트를 하고 있었다. 성 교수는 “집에 벨트가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라며 웃었다.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한 성경륭 한림대 교수. 박진호 기자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한 성경륭 한림대 교수. 박진호 기자

 성 교수는 문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 그룹인 심천회(心天會)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 교수는 심천회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극구 언급을 피했다.
 노무현·문재인을 동시에 정책적으로 보좌한 성 교수는 노 대통령이 살아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봤다면 무슨 말을 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내(노무현)가 끝난 지점(정책)이 당신(문재인)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두 대통령에 대해 성 교수는 "노·대통령은 감정에 높낮이가 있었다면 문 대통령은 높낮이가 없고 차분하다"며 "말하자면 문 대통령은 '차분한 노무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표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 예상했나.
“당연히 예상했다. 대부분이 예상하지 않았나. 당선 이후 '통합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에서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향과 희망을 봤다.”
 
 
문 대통령 정책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려면 누군가는 고민하고 생각을 모아야 한다. 바람이라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고 피부가 그것을 느낄 수 있어서 굳이 바람이 있다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듯이 바람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오히려 부담과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중앙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중앙일보DB]

 
 
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문 대통령은 아주 침착한 사람이다. 노 대통령 서거(2009년 5월23일) 사실을 알리는 장면을 보면 고도의 자제력, 절대적 수준의 침착함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수련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라 전체를 짊어져도 되겠다고 확신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주장도 경청해 듣는다. 편을 가르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나서고 당장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도 자청한다. 모두를 품고 갈 사람이다.”
 
 
두 대통령과 인연은 언제 시작됐나.
“문 대통령은 2002년 말에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문 대통령이 노 대통령 대선 선거캠프 부산시선대위원장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첫인상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서민 느낌이었다. 복장은 수수했고 수줍어했다. 동네 친구 같았다. 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었던 2002년 6월쯤 알게 됐다. 지지율 15%일 때 독립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학자들 10여 명이 찾아가 만났다. 당선 이후 인수위 때부터 시작해 2008년 2월 25일 퇴임하고 봉하마을까지 같이 내려갔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은
“두 사람이 모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변호사이지만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가치를 추구한 데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로선 보배 같은 존재들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사람들이 '(노무현·문재인은)나 대신 이런 일을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해서 높은 자리까지 보내주는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왼쪽 세 번째)의 퇴임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성경륭 교수(왼쪽 두 번째). [사진 성경륭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왼쪽 세 번째)의 퇴임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성경륭 교수(왼쪽 두 번째). [사진 성경륭 교수]

두 대통령의 차이점은.
“노 대통령은 굉장히 다정다감하다. 감정의 흐름에 높낮이가 있다. 열정적일 때도 있고 차분할 때도 있다. 문 대통령은 높낮이가 적다. 어떠한 순간에도 차분하고 침착하다. 노 대통령의 초대 정책실장이었던 경북대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두 사람의 차이점에 대해 ‘문재인은 침착한 노무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문 대통령 당선증을 보고 뭐라고 말했을 것 같나.
“내가 끝난 지점(정책)이 당신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재임 시절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마음의 동지이자 영혼의 동지였다. 두 사람은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문 대통령이 만들 나라는 어떤 나라이길 기대하나.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약자를 포용하는 국가였으면 한다. 현재 대한민국을 강자와 약자로 나눈다고 할 때 약자가 70~80% 된다. 청년들은 취업하기 어렵고, 비정규직은 많다. 그러니 결혼·출산은 꿈도 못꾼다.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하다. ‘선성장 후분배’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지옥과 같다. ‘선분배 후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THAAD·사드)체계 배치, 한·미와 한·중 및 남북관계는.
“앞으로 북한과 대화 협력을 할 것인가, 대결만 할 것인가, 미국하고만 친하게 지낼 것인가, 국익을 위해 중국과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등 앞으로 수없이 많은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출발은 생각의 차이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 포용적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정의가 기준이다. 이 사회의 규범과 법, 다수 구성원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기준에 따른 정의를 기반으로 한 포용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오른쪽 첫 번째) 등과 담화발표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중앙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성경륭 당시 정책실장(오른쪽 첫 번째) 등과 담화발표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중앙일보DB]

노 대통령 정책 중에서 문 대통령이 꼭 계승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지방자치분권 확대와 국가균형발전 등이다. 새 정부도 이 부분은 의지가 확고하다. 노 대통령은 참여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고 늘 애를 썼다. 민주주의를 선거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더 발전시켜야 한다.”
 
 
혁신도시를 만든 주역인데 혁신도시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는 외형만 갖춰진 상태다. 미니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활발하게 산학협력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목표였다. 지역 특성에 맞는 분야를 매치(연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두 정권에서 부동산 투자하듯 방치했다. 새 정부가 ‘혁신도시시즌2’ 정책을 통해 본래의 목적에 맞게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성경륭 교수는=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한림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노무현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혁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계획을 짜고, 이를 실현하는 데 참여했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뒤 한림대로 복귀했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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