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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18 진짜 멍게비빔밥엔 고추장이 없다지

중앙일보 2017.05.15 00:01
멍게 철이다. 전국 어시장에는 한창 맛 오른 멍게가 분주히 팔려 나가고 있다. 영 호감이 안 가는 외모, 그리고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멍게를 입에도 안 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이들조차 쉴 새 없이 숟가락을 놀리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 바로 멍게비빔밥이다. 한국 멍게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경남 통영에 가면 멍게비빔밥 맛집 '멍게가'가 있다.
바다 향 물씬 풍기는 멍게가의 밥상. 멍게비빔밥 세트(1만 3000원)를 시키면 멍게비빔밥과 멍게전, 멍게회, 회무침이 한상 나온다.

바다 향 물씬 풍기는 멍게가의 밥상.멍게비빔밥 세트(1만 3000원)를 시키면멍게비빔밥과 멍게전, 멍게회, 회무침이 한상 나온다.

통영은 사철 먹거리가 넘치는 맛의 고장이다. 계절마다 주인공이 달라진다. 날이 시린 겨울에는 굴, 따뜻한 바람 부는 초봄엔 도다리쑥국이 식객을 유혹했다면 지금은 멍게가 군침을 자극한다. 통영의 수많은 식당이 멍게 음식을 팔지만 간판에 ‘멍게’를 걸고 멍게만 전문으로 파는 집은 드물다. 항남동 한복판, 멍게처럼 진한 주황색 외관이 눈에 띄는 식당 ‘멍게가(055-644-7774)’가 통영을 대표하는 멍게 음식점이다. 2012년 문을 연 젊은 식당이지만 멍게 요리에 관한 내공만큼은 상당하다.

멍게 요리만 60가지 통영 '멍게가'
어간장 넣은 멍게 양념이 맛의 비결
거제·고성 멍게집에서와 달리 실패 없는 건

멍게가는 60가지가 넘는 멍게 요리를 만든다. 멍게비빔밥·멍게회·멍게전 정도는 익숙한데 멍게가스·멍게만두·멍게리조토·멍게그라탕 같은 기상천외한 음식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멍게비빔밥(1만원)인데 다양한 멍게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멍게비빔밥 세트(1만3000원)를 시켜 먹는 게 낫다. 멍게회·멍게전·회무침을 함께 내준다. 
놋그릇에 담겨나오는 멍게비빔밥. 화려한 색만 봐도 군침이 돈다.

놋그릇에 담겨나오는 멍게비빔밥. 화려한 색만 봐도 군침이 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멍게비빔밥은 모양부터 화려하다. 흰 쌀밥 위에 어린잎 채소·달걀 지단·해초·김·오이 그리고 잘게 다져 버무린 멍겟살이 한 줌 얹어져 있다. 슥삭슥삭 밥을 비벼 한 숟갈 뜬다. 그리곤 깜짝 놀란다. 멍게의 맛이 압도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수준으로 바다 향을 전해준다. 나머지 재료들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절묘하게 궁합을 이룬다. 계속 놀라면서 숟가락을 든다. 놋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멍게회, 장떡처럼 생긴 멍게전은 맛이 정갈하다.
지금 통영에서는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지금 통영에서는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다른 식당에서 먹어본 멍게비빔밥은 이렇지 않았다. 우선 재료가 훨씬 단출하다. 통영과 함께 멍게가 많이 나는 경남 거제나 고성 등지에서 멍게비빔밥 맛집이라는 소문듣고 갔다가 실망한 일이 많았다. 해동이 덜 된 멍게 한 줌을 김가루와 참기름, 고추장에만 비벼 먹은 적도 있었다. 양념이 너무 강해 멍게 고유의 향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멍게가 식당 벽에는 상세히 적혀 있는 멍게비빔밥 레시피를 읽어 보니 맛의 비밀은 멍게 양념에 있었다. 잘 씻어서 물기를 뺀 멍게를 채 썬 뒤, 마늘·생강·참기름·깨 그리고 홍합 진액과 어간장을 넣어 버무린다. 비빔밥에 넣는 김은 생김을 고집한다. 조미김을 쓰면 소금기와 기름이 너무 많아 다른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물이 맑고 잔잔한 통영 앞바다. 멍게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물이 맑고 잔잔한 통영 앞바다. 멍게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멍게는 바닷속 바위에 붙어 사는 무척추동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멍게 대부분은 밧줄에 매달아 바다에서 키우는 양식 멍게다. 통영과 고성, 거제 앞바다가 수온이 낮지 않고 파도가 세지 않아 멍게 양식에 적합하다고 한다. 수확은 2~6월에 걸쳐 이뤄진다. 나머지 계절에도 멍게를 먹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다. 수확철이 아닌 때에는 냉동 멍게를 먹기도 한다. 냉동이라고 맛이 나쁜 건 아니지만 싱싱한 제철 멍게 맛에 비할 수는 없을 테다.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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