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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번 '청춘버스'에서 만난 대학생..."창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주세요"

중앙일보 2017.05.13 20:59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확정된 10일. 청춘버스라 불리는 273번 버스에 올라 20대들이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을 들어봤다. [조수영 인턴기자]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확정된 10일. 청춘버스라 불리는 273번 버스에 올라 20대들이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을 들어봤다. [조수영 인턴기자]

 
 10일 오전 2시 37분,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20대들의 바람과 기대가 궁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연령별 투표자수’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20대(19~29세) 사전 투표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홉개 대학 지나는 청춘버스가
문 대통령에 전하는 희망사항

"싸우지 말고 사회통합 힘써야"
"다른 후보 정책도 받아줬으면"

 
성균관대와 홍대 등 9개 대학을 지나 '청춘버스'라 불리는 273번 버스에 올라 20대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을 들어봤다. 10일 오전 4시 반부터 대통령 당선증이 교부되던 아침 8시 반까지 버스에 머물며 20대 유권자 7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도 사실 이번 대선은 별 생각 없었어요. 공약이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근데 막상 토론할 때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똑똑하고 유능해보여서 관심을 가지게 됐죠. 눈에 들어왔던 게 창업공약이었어요.”
  
10일 오전 5시 30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버스 정류장에서 273번 버스에 오른 대학생 김재호(23ㆍ동대문구 신설동)씨는 이렇게 말했다. 유승민 후보에게 한표를 던졌다는 그는 식당 주방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라고 했다. 장래에 쉐프와 창업가를 동시에 꿈꾸는 김씨는 “창업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김 씨가 종로 3가에서 하차한 오전 5시 50분 버스 내부는 한산했다. 이른 시간 20대 유권자를 만나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오전 6시, 대선 개표 방송이 마무리 됐다. 개교 이래 첫 대통령을 배출한 경희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는 김모(22ㆍ성북구 성북동)씨가 삼선교ㆍ한성대입구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랐다. 김씨는 3주 동안 이어지는 간호실습을 위해 경희대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김씨는 “첫 투표라 대세를 따랐다”고 말했다. 
  
“실습에 과제에 정신이 없어 사전투표를 못했거든요. 귀한 시간 들여서 찍은 표가 사표(死票)가 된다고 생각해봐요. 네이버에서 공약 정리해놓은 것도 보고 유투브 영상도 보면서 마음을 정했는데 당선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찍기 싫었어요. 대통령이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경유착 근절에 힘써줬으면 합니다.”
  
 273번 버스에는 김씨처럼 새내기 유권자가 많았다. 오전 6시 30분쯤 외대앞 정류장에서 탑승한 이주황(22ㆍ동대문구 이문동)씨도 지난 9일 생애 처음으로 투표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에 뛰어들었다는 이씨는 출근길이었다. 홍준표 후보에게 한표를 던진 그는 ‘약속’이란 말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을 하는데 주변 친구 대부분이 홍준표를 지지해서 나도 덩달아 지지하게 됐어요. 이번에 담뱃값 할인을 공약했는데 당선되면 진짜 깎아줄 것 같아 찍었어요.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선 안 좋은 감정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점찍은 분인 만큼 공약이나 잘 지켰으면 합니다.”
 
오전 7시가 넘어서자 273번 버스는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붐볐다. 학원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오전 7시 45분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버스에 오른 대학생 김윤석(23)씨도 그랬다. 회계사 자격증을 위해 휴학계를 냈다는 그는 학원수업을 듣기 위해 종로1가로 향하는 길이었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문재인을 뽑았어요. 이전 정권의 잘못으로 선거를 하게 됐는데 공동책임이 있는 정당이 심판받는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어요. 꼭 정권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야당 후보에게 표를 줬어요.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나왔는데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다고 생각한 분을 찍었어요. 지지율 관리가 힘들어서 그랬겠지만 아들과 관련된 논란을 제대로 털고 가지 못한 부분이 아쉽긴 했습니다.”
  
오전 8시. 마로니에공원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른 대학생 김예린(22)씨는 “‘어대문(어차피 대세는 문재인)’이더라”며 “나는 유승민을 찍었다. 복지공약이 합리적으로 설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칼퇴근법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간호봉사활동을 위해 버스에 탄 서울대 재학생 곽문정(22)씨는 “문재인 후보가 국공립 공동학위제를 발표하고 놀랐다.”며 “서울대를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학생 입장에선 다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안철수 후보로 지지를 바꾸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전 8시 20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증을 교부받고 임기를 시작한지 15분 지났을 무렵 대학생 장은영(29)씨가 국방연구원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한표를 던진 장씨는 문재인을 택했다.
  
“공약도 공약이지만 실천가능성을 크게 봤습니다. 소처럼 부리부리한 눈에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인생궤적을 보면 우직한 느낌이 있잖아요. 공약만 따져보면 심상정의 수퍼우먼방지법이나 유승민의 복지공약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좋은 후보들이 많은 선거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다른 후보들이 낸 공약도 잘 반영해서 싸우지 않았고 사회통합에 나서줬으면 합니다.”
 
조수영 인턴기자 cho.s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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