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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2003년 데자뷔? … 이번엔 시스템 자체 흔들 듯

중앙일보 2017.05.13 01:10 종합 5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행보는 ‘2003년의 봄’을 연상케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인 2003년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을 초대 민정수석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 비검찰 출신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개혁의 시동을 걸고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거론되는 현재와 닮은꼴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개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도 비슷하다.
 

비검찰 출신 내세운 건 비슷하지만
과감한 접근으로 반발 원천 차단
여소야대지만 국회 통과도 유리
고검장 일괄사표 준비 소문 나돌아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외형은 비슷하지만 개혁의 강도와 전개 방식은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검찰 개혁에서도 ‘재수생’ 입장인 문 대통령이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진화된 루트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조 수석은 임명과 동시에 공수처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검찰 시스템 혁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 기수 파괴 인사 등으로 조직을 흔들었던 2003년과 달리 시스템 자체를 뒤엎는 과감한 접근으로 조직적 반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을 샅샅이 조사해 ‘정치 검찰’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는 검찰에 대한 불신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사건과 최근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여론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과 보수 진영의 반발에 맞딱뜨렸던 2003년과는 확연히 다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외견상 여소야대인 정치 지형도 검찰 개혁 부분에서는 불리하지 않다. 공수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공동 발의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사실상 같은 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가 유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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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선 검찰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내부에선 고검장들이 자진해 일괄사표를 준비 중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시도한 ‘검사와의 대화’ 같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공개된 1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공직자로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품위에 어긋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무 기강을 엄정히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향후 조직의 본질과 문화를 뒤흔드는 ‘깜짝 인사’를 한다면 다시 검찰과 검찰 출신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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