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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뒤태 섹시한 옵티마 왜건, 베이글녀 같은 페라리 J50

중앙일보 2017.05.13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레드닷 디자인상’ 올해 최우수상 차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매력이 있다’고 표현하는 대신 ‘섹시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 등장한 신차 중에서 가장 섹시한 차는 무엇일까. 주관적인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엇갈리겠지만,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디자인상이 주목했다면 많은 이들이 ‘섹시한 차’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차로는 유일한 옵티마
날렵한 모습, 스포츠카 연상시켜

소형 SUV 아우디 Q2
휠베이스 늘려 작지만 단단한 느낌

스포츠카 페라리 J50
클래식카 감성 현대적으로 되살려

스포츠카 마쓰다 MX-5
근육질 대신 도자기처럼 치밀한 질감

‘미스 자동차 선발대회’ 비판
“디자인·기능성 모두 뛰어나야 수상”

 
최근 디자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레드닷 디자인상이 전체 수상자 명단을 확정했다. 본지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주관하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를 통해 올해 자동차·오토바이 분야(카테고리 37)에서 수상한 제품 명단을 확보했다.
 
옵티마 스포츠 왜건

옵티마 스포츠 왜건

올해 가장 섹시하다고 인정받은, 즉 최우수상(Best of the Best)을 받은 차량은 5개다. 이 중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는 없지만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는 있다. 기아차 최초의 D세그먼트(전장 4300~4700mm 안팎) 왜건인 ‘기아차 옵티마(한국명 K5) 스포츠 왜건’이다. 한국에서 제조해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왜건형 차량 인기가 없어 한국에선 판매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왜건은 세단형 승용차 후방 차체·트렁크가 길게 늘어져 있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필러·filler)도 하나 더 있다(4개). 이렇게 ‘꼬리’가 길다 보면 굼뜨고 느린 느낌이 들 수 있다. 일반 세단보다 한 열이 더 있어 실용적이지만 아무래도 저스틴 팀버레이크 노래처럼 ‘뒤태가 섹시(sexy back)’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옵티마 스포츠 왜건은 이런 왜건형 차량의 단점을 디자인으로 뛰어넘었다. 전면부는 세단처럼 디자인해 날렵한 인상을 강화했고 창문 디자인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택했다. 트렁크와 지붕을 잇는 기둥(D필러)은 꽤 두툼하게 디자인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런 디자인이 왜건의 차체와 어색하지 않게 조합했다. 기아차가 2011년 한국차 최우수상(K5 세단)을 수상한 데 이어 또 한번 섹시한 디자인을 인정받은 비결이다.
 
페라리 J50

페라리 J50

많은 남성이 ‘심쿵(심장이 쿵쾅거린다는 의미의 청소년 은어)’하는 차는 아무래도 스포츠카다. 1990년대 유행가 ‘해변의 여인’(쿨)이나 ‘겨울이야기’(DJ DOC) 가사에선 섹시한 여자 곁에 어김없이 빨간 스포츠카를 탄 남성이 등장한다. 스포츠카로는 페라리 J50과 마쓰다 MX-5가 최우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를 기반으로 제작된 페라리 J50은 속칭 ‘베이글녀(얼굴은 아기 같은데 몸매는 풍만한 여자)’로 비유할 수 있겠다. 스포츠카와 완전히 대조적인 클래식카의 감성을 J50에 현대적으로 조합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량 바람막이 상단은 좌석이 위치하는 부분만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이는 클래식카 지붕의 정중앙을 약간 오목하게 설계한 일명 ‘더블버블 루프(double bubble roof)’를 오마주했다.
 
마쓰다 MX-5 RF

마쓰다 MX-5 RF

또 다른 스포츠카인 마쓰다 MX-5는 2인승 하드톱 로드스터다. 마쓰다는 이미 2015년 소프트톱 버전의 MX-5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마쓰다 MX-5는 이로써 동일 차종이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두 번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MX-5가 또다시 상을 받은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섬세한 디자인을 꼽는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는 “근육질을 연상하게 하는 일부 스포츠카와 대조적으로 도자기처럼 치밀하게 질감을 표현한 MX-5의 디자인은 일본 특유의 미묘한 곡선의 조형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우디 Q2

아우디 Q2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유일하게 아우디 Q2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Q2는 전장이 티볼리(4195mm)보다 작은 4190mm에 불과한 소형 SUV다.
 
하영선 오토디자인어워드 조직위원장은 “크기가 작지만 휠베이스(2600mm)를 확장하고 헤드라이트·싱글프레임 그릴을 인상적으로 배치해 오히려 단단하고 에지 있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휠베이스 확장이 소형 SUV 특유의 날쌘 느낌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걱정도 이 차량 앞에선 기우다. Q2는 리어 스포일러의 형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차체 하부의 와류를 제어하는 언더 패널(under panel)을 장착했다. 덕분에 아우디 Q2는 SUV 평균(0.33cd)보다 낮은 0.30cd의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XSR900

XSR900

야마하 XSR900은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유일한 오토바이다. 현대적인 성능을 갖췄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라는 평가다. 날렵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MT-09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외관은 턱시도를 입은 듯 고전적인 이색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 현대차 IG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제네시스 G80 스포츠 등 15개 차량이 본상(Red Dot Winner)을 받았고 4개가 가작(Honourable Mention)으로 분류됐다.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상·본상 수상작이 수상 기준을 모두 충족한 제품이라고 보기 때문에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가작 수상작은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짤막하게 한 줄로 언급한다. 상 이름에 ‘언급(mention)’이란 표현이 붙은 이유다.
 
가작을 수여한 현대차 i30에 심사위원들은 “실내 인테리어 장비가 고급이고 질·기능성·디자인의 전체적인 상호 작용이 i30을 특징짓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시 가작인 기아차 니로의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넉넉한 공간과 좋은 장비, 균형 잡힌 고품질 디자인”이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섹시한 차를 골라내는 디자인상이 ‘미스 자동차 선발대회’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미스코리아 등 미인 대회처럼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미스코리아와 디자인상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스코리아는 말 그대로 외모만 보지만 권위 있는 디자인상은 사용자가 제품을 활용할 때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올해 SUV 전용 타이어 ‘크루젠(CRUGEN) HP71’을 출품해 운송수단 부품 카테고리에서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패턴개발팀은 “타이어 패턴의 간격을 조절해 소음을 분산하고 차량에 탑승한 승객이 보다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하면서 내구성을 향상한 타이어의 기능이 디자인과 맞물려 (디자인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마에다 이쿠오 마쓰다자동차 디자인·브랜드스타일담당 상무도 외신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는 물론 설계진과 생산·기술 엔지니어까지 모두 MX-5 차량 디자인 과정에 참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디자인상을 받는다고 갑자기 차량 판매가 급등하진 않는다. 하지만 디자인상을 받으면 더 많은 사람이 제품에 주목하게 된다. 실제로 예술작품 경매장에서 전시해 뒀던 작품이 판매되면 작품 옆에 붉은 점(레드닷·red dot) 모양 스티커로 표시하는데, 사람들은 빨간 스티커가 붙은 작품에 더 주목한다. 심리학적으로 ‘누군가 작품을 구입했다면 아마 작품이 괜찮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갤러리가 아직 판매되지 않은 작품에 일부러 레드닷을 붙여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건(한국디자인경영학회장)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자인·기능성 등 모든 측면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한 작품만 최우수상을 받는다”며 “레드닷 디자인상은 글로벌 디자인계로 진출하는 고속도로”라고 말했다.
 
[S BOX] 세계 3대 디자인상은 레드닷·iF·IDEA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 IDEA 디자인상이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이 중 가장 역사가 깊은 상은 195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iF 디자인상이다. 본상 수상작만 iF 마크를 붙일 수 있고 75점 이상을 받으면 골드 어워드(gold award)를 준다. 한국에선 삼성전자(27개)·LG전자(14개) 등이 골드 어워드 수상 경력이 있다. 오는 6월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레드닷 디자인상은 55년에 시작됐다. 비록 iF 디자인상 출범 2년 후에 시작했지만 응모 작품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디자인상이다. 올해 1월 접수를 시작해 수상작에게 수상 여부를 통지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동차·오토바이 수상작을 포함한 공식 심사 결과는 다음달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80년 시작된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디자인상은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가 주관한다. ‘디자인의 아카데미상’이란 명성도 있지만 일부는 ‘미국 국내 행사’로 치부하기도 한다. 금상·은상·동상·장려상을 수여하며, 최우수 작품은 미국 헨리포드박물관에 영구 소장·전시한다. 3대 디자인상의 출품 프로세스는 다소 상이하지만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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