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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50억년 후 태양 표면으로 과학여행

중앙일보 2017.05.13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우주, 시간, 그 너머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양자역학·빅뱅·암흑에너지·끈이론
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 실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 키워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 이해에 도움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524쪽, 1만8000원
 
우리말과 영어로 우주(宇宙·universe)와 코스모스(cosmos)는 거의 상호 대체가능한 동의어다. 우주는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다.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다. 끝없는 우주는 경외감을 일으키고 이론을 요구한다.
 
우주 질서의 비밀을 풀려고 종이 한 장, 연필 한 자루를 눈 앞에 두고 하루 종일 ‘생각’만 하는 우주론자(cosmologist)도 있다. 고대 철학자들과 그 후예인 현대 물리학자들은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해왔다.
 
원제가 ‘우주를 당신 손안에(Universe in Your Hand)’인 『우주, 시간, 그 너머』는 학자들의 ‘사고 실험’을 여정(旅程)과 솜씨 있게 결합했다. ‘사고 여행’을 도구로 삼아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빅뱅,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끈 이론, 평행현실과 같은 현대 물리학의 주요 테마들을 설명한다.
 
몸이 갈 수 없는 곳도 생각은 갈 수 있다. 저자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독자들을 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극소의 세계에서 극대의 세계까지 데려간다. 이 책은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편·거인국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소설처럼 썼기 때문이다.
 
인간은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한다해도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는 없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생각실험’을 통해 우주의 법칙을 밝혀낸다. [중앙포토]

인간은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한다해도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는 없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생각실험’을 통해 우주의 법칙을 밝혀낸다. [중앙포토]

이 책이 속한 대중과학서 분야는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차별화를 위해 저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래프도 방정식도 없는 과학 글쓰기에 도전했다. 유일한 예외가 등식 E=mc2이다. 타깃 독자층은 중학생 수준 읽기를 할 수 있는, 과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관심이 많은 독자다.
 
쉽고도 정확한 글을 쓰려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블랙홀 정보 역설’을 주제로 박사가 됐다. 스티븐 호킹이 그의 논문 지도교수였다.
 
도입부에서 저자는 독자들을 50억년 후의 태양 표면으로 데려간다. 우리 세상의 종말을 목격하는 시공(時空)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미래에 발생할 태양의 폭발에서 지구를 구해낼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아직은 그렇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 우주에도 역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138억년 전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 역사가 결국 인류 멸종으로 마무리될 것인가. 태양이 죽기 전에 인류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처럼,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암흑물질·암흑에너지·평행우주는 언젠가 폐기될 수도 있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들이다.” “올바른 길을 찾아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틀린 점들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창안해내고 그 중 틀린 아이디어는 버리는 게 스타트업의 성공이나 인류의 궁극적인 생존에서 공통분모 자리를 차지한다.
 
인류는 위대하다. 사람 생각이 미치는 곳이라면 언젠가는 사람 몸도 갈 수 있다. 인류 중에서도 한자문화권의 ‘생각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스케일은 서양 못지않다. 우리는 ‘집 宇 집 宙’라고 쓴다. 우주는 하나의 커다란 집이다.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일단 ‘인터스텔라’(2014) 같은 사이언스픽션 영화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전혀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경이감도 맛볼 것이다. 흔들리는 신앙인의 경우에는 새로운 확신이 생길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신(神)의 존재를 묻고 종교적·과학적 상상력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장을 그린다.
 
[S BOX]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제자 … 과학 대중화 나서
전쟁을 군인에게, 정치를 정치인에게 일임하면 위험하다. 과학도 과학자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유권자·납세자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 대중과학(popular science)이 필요하다.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지금 40세인 그가 하는 일은 과학 대중화다. 20만명 이상의 청중에게 강연했다. 프랑스 사람인 그는 프랑스 TV라디오 프로의 단골 출연자다. 이 책은 출시 되자 마자 고전 반열에 올랐다. “물리학 관련 학위가 3개가 있는 사람이라도 일독을 추천하겠다”는 평가를 받으며 16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갈파르는 스티븐 호킹과 호킹의 딸 루시 호킹과 함께 어린이 과학소설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2007)를 공동 집필했다. 얄궂게도 ‘과학적으로 일부 부정확하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처럼 과학 대중화는 힘들지만 갈파르처럼 많은 사람들이 용감히 나서야 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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