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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초지능·불멸의 자리 쟁탈전 … 영화처럼 스릴있는 SF소설

중앙일보 2017.05.13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아스타틴
장강명 지음, 에픽로그
176쪽, 8000원
 
SF를 좋아하는 고등학교 이과 출신의 작품이다. 공상과학소설이고, 작가는 장강명(42)이라는 얘기다. 두 조건을 충족하는 작가가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공상과학’에서 ‘공상’에 방점을 찍게 되는 이런 작품을 쓸 사람은 장강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그는 최근 몇 년 새, 한국문학이 이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가형을 선보이고 있다. 다작, 연쇄수상, 통상적인 작가 성장 궤도를 따르지 않는 파격 행보…. 그 궤적의 현재 시점 보고서가 지금 눈앞의 SF 아스타틴이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제목의 아스타틴은 누구나 고등학생 시절 한때 달달 외우다 까맣게 잊어버린 희귀원소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장강명은 이과 출신이다. 소설은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At’로 표기하는 아스타틴은 지구 위에 25g만 존재하는 가장 희귀한 원소이고, 아무도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으나 방사능 추적으로 존재가 확인된다고 한다. 무척 귀한 원소라는 얘기인데 장강명은 그에 빗대 초지능·불사의 존재로 아스타틴을 설정한다. 아스타틴이 불사인 이유는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 두 번째 사망과 두 번째 부활 사이의 시기, 아스타틴 자리를 차지하려는 열다섯 후보가 벌이는 생존경쟁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열다섯 후보의 이름 역시 장강명은 원소 주기율표상의 란타넘족 동위원소 15개에서 따온다.
 
장강명은 이런 얘기를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가로·세로 10X15cm 크기의 시리즈 문고판, 200자 원고지 400쪽 분량에 담았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독파할 수 있으니 이번엔 좀 가볍게 힘 조절을 한 셈.
 
영화 한 편 보는 시간. 소설은 액션영화처럼 핑핑 지나간다. 상당 지면을 할애해 생명 부활, 지능 복제가 일상화된 미래가 필연적으로 제기할 ‘과연 인간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형상화하지만, ‘공상’을 선보이기 위한 조연 차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액션 활극, 미디어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재미있다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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