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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마천은 왜 흉노에 투항한 장군을 변호했을까

중앙일보 2017.05.13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절반의 중국사
가오훙레이 지음
김선자 옮김, 메디치
1043쪽, 4만8000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한 사물에 대한 이해가 그 사물에 대해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지식의 높고 낮음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책을 돋보이게 하는 건 저자 자신의 힘보다도 오히려 뛰어난 안목을 가진 역자의 능력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절반의 중국사』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의 주요 내용은 역사라는 강물에서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흘러간 한족(漢族) 이외 18개 소수민족의 흥망성쇠다. 2000여 년 전의 흉노에서 시작해 중원 왕조를 위협한 토번 등 18개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저자의 애정과 열정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중국 작가협회 회원인 저자의 필력이 800쪽 넘는 두꺼운 분량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게 장점이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이 왜 흉노에게 투항한 장군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분노를 사 궁형까지 받게 됐을까? 도피나 투항 등의 문제에 있어 중국은 서방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지녔다는 저자의 설명은 꽤 설득력 있다. 서방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선 투항을 택한다. 그러나 중국은 군영에서 도망치는 탈영병은 이해해도 적에게 투항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의 한계는 현재 중국의 영역 안에 존재한 모든 민족의 역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는 중국의 학술적 경향을 따른다는 점이다. 역자는 이 같은 저자의 인식에서 비롯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무려 163쪽에 이르는 역주를 달았다. 책의 완성도를 절반에서 온전으로 끌어올린 작업이다. 중국신화와 인문지리에 대해 국내의 손꼽히는 전문가인 역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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