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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심 빼고 자신감 넣으니 골프가 쉬워졌어요

중앙일보 2017.05.12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하늘

김하늘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다니 처음엔 저 스스로 믿을 수 없었어요. 이제 며칠 지나고 나니 좀 담담해졌어요.”
 

JLPGA 2주 연속 우승 김하늘
“흥분 잘하고 감정 기복 심했는데
훈련으로 샷·퍼트 정확도 높이고
톰슨 꺾으며 자신감도 더 붙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올 3승 목표”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김하늘(29·하이트진로)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대회 장소인 후쿠오카로 이동하느라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었다” 고 했다. 4주 연속 대회에 출전하는 김하늘과 1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는 비결을 물어봤다. 김하늘은 “원래 우승을 하면 너무 좋아서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 우승한 다음 대회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생각보다 너무 덤덤해 스스로 놀랄 정도”라고 했다.
 
김하늘은 지난 7일 끝난 J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에서 더블보기 2개를 범하면서 2오버파 공동 30위로 시작했지만 2~3라운드에선 노보기 플레이로 8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최종일에는 세계랭킹 5위인 렉시 톰슨(22·미국)과 맞대결에서 3타 차 완승을 거뒀다. 김하늘은 “사실 1라운드 때는 기분이 들떠 경기에 집중을 못했다. 더블보기가 2개나 나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블보기가 2주 연속 우승하는데 보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늘과 우승 경쟁을 펼친 톰슨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드라이브 샷 2위(276야드)에 올라 있는 장타자다. 김하늘은 “톰슨은 4개의 파 5홀에서 모두 2온을 시키면서 많은 버디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골프에서 거리가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3온을 시키더라도 더 가까이 붙이자는 전략이었고, 이게 딱 맞아 떨어졌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와 겨뤄 처음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밝혔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하늘은 올 시즌 샷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퍼트 등 그린 위에서 기록이 빼어나다. 지난 해 1.782개(5위)였던 온그린 시 퍼트 수는 올 시즌 1.748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하늘은 “퍼트는 연습만 많이 한다고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공식 대회에서 성공률이 높아지다 보니 웬만한 거리에서는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은 게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하늘은 “샷과 퍼트에 믿음이 없으면 긴장되기 마련이다. 나도 과거에는 우승 경쟁을 할 때 마다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요즘엔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긴장도 덜 된다”고 했다.
 
김하늘은 살롱파스컵 기간 특별한 경사를 맞았다. JLPGA투어가 그에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JLPGA투어는 지난 2013년부터 외국인 선수에게는 정회원 대신 1년 투어 시드권만 부여했지만 올해는 이 정책을 없애면서 김하늘은 5년 만에 정회원 자격증을 받는 외국인 1호 선수가 됐다. 김하늘은 부상으로 받은 고급 승용차(메르세데스 벤츠)와 1년 치 쌀, 소염패치 등 부상을 모두 JLPGA투어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부했다. 김하늘은 “일본에서 부상으로 자동차 5대를 받았는데 일본에 집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는 물론 부상도 보관할 곳이 없다. 이제까지 자동차는 팔고, 나머지 부상은 모두 기부했는데 이번엔 정회원이 된 기념으로 자동차까지 기부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하늘이지만 올 시즌 목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일본 진출 첫 해인 2015년 1승, 지난 해 2승을 거뒀던 그는 올 시즌 3승을 거두는 게 목표다. 김하늘은 “골프는 아침에 잘 되다가도 저녁에 감각을 잃을 수 있는 운동”이라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프로 11년차인 김하늘은 “프로골퍼들은 누구나 조울증에 가까울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샷이 잘 되면 기쁘고, 잘되지 않으면 기분이 쳐진다”며 “골프가 날 들었다 놨다 하지만 그게 바로 골프의 매력”이라고 했다. 골프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보면서 그는 진짜 프로페셔널이 돼 있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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