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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찍었던 3명 중 1명이던 '젊은 보수'는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 2017.05.10 19:41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선 ‘젊은 보수’가 화제였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2030세대의 보수 성향 투표가 도드라졌다. 20대의 33.7%, 30대의 33.1%가 박 전 대통령을 뽑았다고 응답했다. 3명 중 1명은 ‘박근혜 지지’였던 셈이다.
 
지난 18대 대선 유세기간 때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후보)이 서울 신촌로타리에서 대학생 지지자들과 '젊은 그대'를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8대 대선 유세기간 때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후보)이 서울 신촌로타리에서 대학생 지지자들과 '젊은 그대'를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대선의 양상은 달랐다. 출구조사에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20대(8.2%)와 30대(8.6%)에게 외면받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20대 13.2%, 30대 8.9%)에 대한 지지를 더해도 보수 진영의 후보는 20대의 21.4%, 30대의 17.5% 득표에 그쳤다. 4년 전에 비해 각각 12.3%p, 15.6%p가 빠졌다.
 
박근혜 정부 4년간 ‘젊은 보수’가 쪼그라든 걸까. JTBC와 한국리서치가 선거 전날인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22.3%와 24.7%였다. 이는 18대 대선 때(20대 29.7%, 30대 30.1%)보다 낮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보다는 높다. 스스로 ‘보수’라고 인식하면서도 보수 진영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이들이 적지않다는 의미다. 
 
본지는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찍었다는 2030 유권자 20명의 이번 대선에서의 표심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후회와 실망, 그리고 기대와 소신을 이야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처럼 젊은 보수가 흩어진 것에 대해 “트렌드로서의 보수 추종이 감퇴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을 지켜보면서 정치 참여에 대한 인식이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우선 갈아엎고 보자”…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박 전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한 게 후회스럽더라. 이번엔 갈아엎자는 생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
직장인 전모(31)씨의 얘기처럼, 2030세대에겐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했다. 주부 박모(32ㆍ여)씨도 “적폐를 청산하자는 뜻에서 그 의지가 가장 강한 문재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보수 심판을 통해 새 보수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원생 박형규(26)씨는 “이번 정권이 구 보수 세력을 모두 갈아 엎어서, 앞으로 건강한 신 보수가 다시 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대선을 상징한 ‘데가지즘(Degagism·구체제나 옛 인물의 청산)’의 변형된 형태라고 분석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 세대는 정치의식이 생긴 이래 10년 가까이 보수 정권하에서 지냈다. 세월호 사태와 ‘헬조선’ 현상 등을 보면서 이제는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데가지즘과 닮은 꼴이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이 바뀌었다”…인식의 변화
 
젊은 보수들 사이에서는 “문재인을 다시 평가하게 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영업자 최모(35ㆍ여)씨는 “2012년 당시엔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였다. 이번 대선에선 네거티브 공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철 멘탈’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권 변호사나 특전사 출신 등의 개인 이력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전모(31)씨는 “박근혜 정부를 겪으며 지도자 개인의 양심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인권변호사로 일했던 문 대통령은 다를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정혁(31)씨는 “진보 후보를 뽑기엔 안보와 관련해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특전사 출신이니까 안보도 책임있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 한 표의 소중함 깨달았어요”…높아진 정치 효능감으로 소신 투표
 
직장인 이수열(30)씨는 박 전 대통령을 뽑았던 이유에 대해 “내 표를 사표로 만드는 게 싫었다. 당선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뽑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런 생각들이 민심을 왜곡한 것 같다. 이번에는 내 한 표에 소신을 담아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여전히 대통령의 이념은 중요하다”고 밝힌 젊은 보수도 있었다. 공무원 이모(35)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은 분명 있다.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보수 전체를 ‘구악’으로 보는 건 문제다. 그래서 홍준표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8)씨도 “북한의 안보 위협 상황에서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는 게 불안하다. 지금은 모두가 보수 세력을 욕하지만, 곧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모두들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ㆍ윤재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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