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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18배 … 만혼시대 난자 냉동산업이 뜬다

중앙일보 2017.05.10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어섰다. 만혼이 늘면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차병원 난임센터인 37난자은행. [중앙포토]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어섰다. 만혼이 늘면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차병원 난임센터인 37난자은행. [중앙포토]

직장인 이정민(36)씨는 난자 냉동 보관을 할까 생각 중이다.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고 난임으로 고생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이씨는 “아직 결혼계획은 없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난자를 보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조만간 병원에 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녀 초혼 평균연령 서른 넘어
난자 냉동 비용 평균 250만원 정도
“여성들 난임 대비 위해 보험 들어”
연상녀·연하남 커플 10년 새 11%↑
개인 취향 중시 프라이빗 웨딩 선호
노화 방지 안티에이징 시장 커져
“40대 학부모들 성형·피부관리 관심”

평균 서른을 넘어야 결혼하는 만혼(晩婚)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 트렌드가 달라졌다. 난자 보관을 원하는 미혼 여성이 늘고 연상녀-연하남 결혼도 많아졌다. 결혼식도 작지만 고급화되는 추세고 노화 방지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만혼의 경제학’을 정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남성 초혼 평균연령은 32.8세, 여성은 30.1세다. 여성 초혼 평균연령은 5년 전보다 1.1살 늘어 사상 처음으로 30세에 진입했다.
 
우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려는 여성이 늘고 있다. 난자 냉동은 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난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만혼으로 임신 연령대가 늦어지면서 난임에 대비해 미리 난자를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한 해 100개 안팎으로 보관했던 냉동 난자가 지난해 1786개로 늘었다. 난자를 보관한 고객의 60% 이상은 미혼 여성이다. 난자를 보관하는 이유는 만혼에 대비하기 위해서(62%)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시험관 아기(15%), 질병 치료(14%),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시험관 아기(9%) 등이었다.
 
한국은 주로 난임전문병원들이 보관 클리닉을 운영한다. 난자를 냉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250만원 정도.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김자연 교수는 “난자 냉동은 난임을 대비하기 위해 들어놓는 보험 성격이 짙다”며 “난자는 노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난자냉동 보관을 하려면 34~37세에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만혼으로 달라진 또 다른 현상은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혼 연상녀-연하남의 혼인 건수는 2006년 3만2600건에서 지난해에는 3만6200건으로 11% 늘었다. 반면 지난해 연상남-연하녀 혼인건수는 14만9800건으로 10년 전(18만3400건)보다 16% 줄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남성이 경제활동,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남녀가 경제활동부터 가사와 육아를 함께하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희석되고 있다”며 “때문에 남성들도 학력이나 소득수준이 높은 연상녀와의 결혼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늦은 결혼인 만큼 고급 웨딩을 지향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결혼 예정자만 가입할 수 있는 ‘웨딩멤버스’ 매출을 분석해보니 결혼 관련 상품을 1억원 이상 구입한 고객 수는 전년보다 42.8% 늘었다. 이들이 지출한 비용도 58%나 증가했다.
 
이들은 스몰웨딩도 선호한다. 기존의 스몰웨딩이 예식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면 이들은 작지만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프라이빗 웨딩을 원한다. 신랑신부에 초점을 맞춰 하객은 줄이고 호텔과 같은 고급스러운 장소를 선호한다. 호텔들도 이들 수요에 맞게 프라이빗 웨딩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서울 더 플라자 호텔은 최소 20명에서 최대 80명까지 스몰 웨딩이 가능한 ‘로맨틱 그리너리(Romantic Greenery)’를 내놨다. 그리너리는 노란 빛이 도는 초록색으로 미국의 글로벌 색채 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다. 야외 정원에서 결혼식을 하듯이 홀을 높낮이가 다른 그리너리 색상의 동백나무잎, 레몬트리 등으로 장식한다. 이 프로그램을 내놓은 이후 올해 스몰 웨딩 예약과 문의는 전년보다 15% 늘었다. 제주 신라호텔도 지난 3월 ‘스몰 부티크 웨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몰 부티크 웨딩은 최소 30명부터 소규모로 결혼식이 가능하다. 비용은 30명일 경우 꽃 연출비 300만원과 인당 10만원대의 식비를 포함하면 6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신라호텔 김수빈 과장은 “30대 중후반의 신랑신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늦은 결혼·출산으로 피부 안티에이징(anti-aging·노화 방지 케어) 시장도 성장세다. SK증권이 내놓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규모는 약 20조원이다. 2020년에는 약 38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30대는 물론 어린이 초등학생을 둔 40~50대 늦깎이 학부모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비중이 늘어서다. 차앤박피부과네트워크가 3040 연령대의 학부모 237명을 상대로 ‘새학기증후군 스트레스 지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스트레스 지수 2위가 학부모 모임(34%, 81명)이었다. 차앤박피부과 박연호 양재점 원장은 “학부모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40대 학부형들에게 안티에이징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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