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드 철회’ 주민들 상경…미 대사관에 '성주 참외' 전달하려다 제지 당해

중앙일보 2017.05.08 16:40
성주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참외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미 대사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성주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참외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미 대사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사드가 무엇에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6·25 전쟁 때도 조용하던 동네에 경찰과 군인들이 몰려와 전쟁을 하듯 몰아부치는 걸 보면 절대 좋은 건 아닌갑소."
8일 오후 3시30분쯤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온 노수덕(76) 할머니가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을 지척에 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성주·김천 주민 30여명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모였다.
'사드 배치 무효'를 주장하는 경북 성주, 김천 주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홍상지 기자

'사드 배치 무효'를 주장하는 경북 성주, 김천 주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홍상지 기자

앞서 주민들은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8일 오전 6시 성주 소성리에서 출발해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으로 향했다. 이날 행정법원에서는 주민들이 "지난달 21일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사드 부지 공여 승인 처분 무효' 소송 판결이 나기 전까지 부지 공여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첫 심리가 진행됐다.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인 노수덕(76) 할머니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인 노수덕(76) 할머니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주민들은 법정에서 "집에서 3.5㎞ 떨어진 부지 쪽에서 발전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다", "국방부와 경찰이 공권력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국방부는 사드 부지 선정 과정부터 졸속으로 진행해오며 사업계획승인,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국내 법령이 정한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은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 가처분신청 사건 결과는 심리 당일이나 다음날에 나오지만 행정법원 측은 "사안이 중대하고 관련 법리가 복잡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추가 서면 등을 제출 받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청을 마친 주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가서 '사드 철회 주기한 단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원불교인들과 만났다. 단식 농성 중인 원불교인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주민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재배한 참외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미 대사관으로 향하던 주민들이 경찰에 제지당했다. 홍상지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재배한 참외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미 대사관으로 향하던 주민들이 경찰에 제지당했다. 홍상지 기자

주민들은 광장에서 '소성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요', '우리마을 소성리는 참외가 맛나요', '불법 사드 원천 무효' 등의 피켓을 들고 "우리가 소성리다", "사드 가고 평화 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성주에서 직접 수확한 참외를 들고 상경한 주민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주 참외를 전달하겠다"며 미 대사관 쪽으로 전진하려 했지만 경찰에게 제지 당했다. 이날 주민 527명은 헌법재판소에 '사드 장비 반입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