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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대신 '010'으로‥전화번호 앞자리 바꿔 보이스피싱 사기

중앙일보 2017.05.08 14:44
인터넷 전화 발신번호인 '070'을 일반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 보이스피싱을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안양 동안경찰서는 8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필리핀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25)와 이들에게 대포폰을 건넨 B씨(32)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발신번호 변작 서비스를 한 C씨(60)와 대포폰을 모은 조직폭력배 D씨(31) 등 1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증거물품 [사진 안양동안경찰서]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증거물품 [사진 안양동안경찰서]

 

경기 안양동안서, 보이스피싱 조직원 및 대포폰 유통책 등 19명 적발
대포폰의 발신번호를 조작해 '070'을 '010'으로 송출시켜
필리핀 현지 구직사이트에 구직광고 올려 유학생 등 가담시키기도

A씨 등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원 2명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저금리로 대출해준다'고 속여 60여 명에게 2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 D씨 등 대포폰 유통 조직원 17명은 A씨 등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폰 700여 대를 개통해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료가 저렴한 070 인터넷 전화로 주로 범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사기를 의심해 '070' 번호를 잘 받지 않는 점을 노렸다. 
A씨 등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B씨 등 국내 대포폰 유통책을 통해 대당 45만원씩 주고 개통한 대포폰을 건네받았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증거물품 [사진 안양동안경찰서]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증거물품 [사진 안양동안경찰서]

 
이후 서울 금천구에 있는 C씨의 별정통신사를 통해 발신번호 변작 서비스를 받았다. 발신번호 변작 서비스는 사용료가 저렴한 070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면서 발신번호는 연결된 대포폰, 즉 일반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송출되게 하는 것이다. 
 
A씨 등은 변작 서비스로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을 한 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업무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속여 접근한 뒤 범행을 했다. A씨 등 필리핀 현지 조직원들은 필리핀 한인 인터넷 사이트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구직 광고를 올려 이를 보고 연락한 어학연수생이나 유학생 등을 범행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망칠 것을 대비해 여권을 빼앗고 숙소 생활을 하도록 하고 "조직에서 이탈하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 국내에 들어왔다가 첩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대포폰과 발신번호 변작 서비스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해 이들을 붙잡았다"며 "현행 법상 전화번호 변작 서비스는 불법이지만 별정통신사들이 비교적 쉬운 절차로 대포폰을 선불폰으로 개통하고 있는 만큼 별정통신사들의 선불폰 개통권한 부여를 엄격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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