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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과 몰약의 나라, 사우디를 다시 보다

중앙일보 2017.05.08 13:41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원전 4000년 무렵에 제작된 사람 모양의 석상. 박정호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원전 4000년 무렵에 제작된 사람 모양의 석상. 박정호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람 모양의 석상(石像) 세 개가 관객을 맞이한다. 기원전 4000년 무렵 석회석으로 만든 아라비아 유물이다. 주로 종교나 장례의식에 사용됐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표정은 살아있다. 특히 가운데 석상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장신구들이 강조됐다. 팔과 얼굴 표정도 섬세한 편이다.  
 9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 풍경이다. 석유와 사막의 나라로 각인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 전통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대규모 자리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사우디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460여 점이 나왔다. 한국과 사우디의 수교 5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한국에 주로 ‘열사의 나라’로 알려진 사우디의 유서 깊은 문화재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 9일 개막
국립중앙박물관에 460여 점 나와
고대 문명의 교차로 새로운 조명

기원전 4~3세기에 만든 대형 남성상. 그리스의 영향이 엿보인다. 박정호 기자

기원전 4~3세기에 만든 대형 남성상. 그리스의 영향이 엿보인다. 박정호 기자

 사실 아라비아 반도에는 130만 년 전부터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는 아라비아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1만 년 전 무렵에는 풍토 또한 지금과 모양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수목이 무성하고, 깊은 호수가 있고, 습지는 비옥했다. 아라비아 반도 사막화가 진행되기 이전이었다. 사람들의 문화가 싹트기에 적합했다.  
 이번 전시는 중근동 고대 문명의 교차로이자 이슬람교의 발상지로서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우디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석기시대부터 20세기까지 사우디 문화의 흐름을 압축한 모양새다.  
1세기 무렵 제작된 사우디 황금가면. 상하 15cm, 좌우 4.5cm 비교적 작은 크기로 여성용 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1세기 무렵 제작된 사우디 황금가면. 상하 15cm, 좌우 4.5cm 비교적 작은 크기로 여성용 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일례로 전시실 중앙에 자리잡은 대형 남성상이 눈에 띈다. 기원전 4~3세기 조성된 조각품 셋이 웅장하게 서 있다. 팔과 다리, 복부의 근육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일부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황금가면, 동물 조각, 각종 장신구 등 지역·시대를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유산도 만날 수 있다.  
 아라비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상품은 유황과 몰약이다.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에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긴 교역품이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 동방박사가 가져온 보물로 언급될 만큼 귀한 물품이었다. 이들 물건을 운송하는 길을 다양한 도시 문명이 융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황을 향로로 사용했던 여러 형태의 향로가 출품됐다.
사우디 메카 카바 신전에 사용된 나무로 만든 문. 1635~1636년 제작.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우디 메카 카바 신전에 사용된 나무로 만든 문. 1635~1636년 제작.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우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은 이슬람교다.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메카를 떠나 메디나로 향한 이후 이슬람교는 아라비아를 넘어 급속히 확산됐다. 지금도 메카와 메디나는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로 세계 곳곳에서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전시에는 메카의 카바 신전에 있던 3 m 높이의 나무 문, 대형 향로·촛대 등이 출품됐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이슬람의 재발견이다. 테러와 분쟁으로 얼룩진 이슬람이 아닌 고대 문물 교역의 중심지였던 이슬람에 방점을 찍는다. 석유에 이어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사우디의 현주소도 읽을 수 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의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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