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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스톨커 네덜란드 총장, "인문학 투자로 아시아-유럽 가교 역할 하겠다"

중앙일보 2017.05.08 11:46
최근 방한한 카렐 스톨커 네덜란드 레이든대 총장은 "브렉시트 등의 변수에도 대학은 '열린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조 기자

최근 방한한 카렐 스톨커 네덜란드 레이든대 총장은 "브렉시트 등의 변수에도 대학은 '열린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조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등 세상을 혼란케 하는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은 ‘열린 공간’으로 남아 세계화를 추구하고 이끌어야 합니다.”

최근 성균관대와 교류 협력 체결차 방한
"브렉시트 등의 변수에도 대학은 '열린 공간' 남아야 한다" 주장
네덜란드 유일 한국학과 '폴란드의 북한 노동자' 등 질 높은 연구
9월엔 유럽 최초 아시아도서관 개설

 
네덜란드 최고(最古) 대학인 레이든대 카렐 스톨커 총장(63)의 주장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학 역할론’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현지 유학생이 10% 가량 줄었어요. 이런 ‘돌발 변수’에도 대학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레이든대도 해외 대학 및 정부와 꾸준히 협력해 현지 유학생 숫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스톨커 총장은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니 유럽에서 500년 이상 현존한 기관 85곳 중 70곳이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기관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의 방한 목적은 성균관대와 학술 교류 협력 확대 등이다. 스톨커 총장은 “성대와 레이든대는 한국(1398년), 네덜란드(1575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고, 인문학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인문학 뿐 아니라 물리학·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톨커 네덜란드 레이든대 총장은 "오는 9월에 개설할 아시아 도서관은 레이든대가 '인문학 실험실'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스톨커 네덜란드 레이든대 총장은 "오는 9월에 개설할 아시아 도서관은 레이든대가 '인문학 실험실'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레이든대는 인문학·법학·철학 등 문과가 전통적으로 강한 대학이다. 법학자인 스톨커 총장은 1979년 이 대학 민법 학부에서 재산법을, 91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제조물 책임법을 가르쳤다. 총장으로 취임한 건 2012년이다.
 
이 대학은 네덜란드에서 유일하게 한국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매년 신입생 60~70명이 입학하는 이 학과 교수들은 한국 현안·역사와 관련된 연구를 다수 진행한다. 스톨커 총장은 “폴란드에 사는 북한 노동자의 강제 노동 문제, 한국의 담배 산업 역사 등 질 높은 연구를 최근 발표했다”며 “‘현대 한국 문화·가요’ ‘북한과 안보 상황’ 등이 학부의 인기 강의”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학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도 연구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분교가 ‘유럽 정치 중심지’인 헤이그에 있다는 점도 대학의 장점으로 꼽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상설중재재판소(PCA) 등이 여기에 위치해 있다. 스톨커 총장은 “ICJ·PCA 소속 판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 내로라 하는 실무가와 법률가로부터 풍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ICJ 인턴십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한국 사법연수원에서도 많은 연수생들이 실무 강의를 들으러 헤이그 캠퍼스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레이든대는 오는 9월 유럽 최초의 아시아 도서관을 개설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일본 지도 등을 소장하고 있다. 스톨커 총장은 “아시아 도서관은 레이든대가 ‘인문학 실험실(humanity-lab)’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구 도시인 암스테르담의 네덜란드는 옛날부터 아시아와 유럽의 허브 기능을 충실히 했어요. 이젠 레이든대가 두 곳의 학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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