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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속도로 30m위 '이것' 불법 잡는다

중앙일보 2017.05.08 11:16
지난달 말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면) 인근. 고속도로 30m 상공에 길이 1m 남짓한 드론이 하나 떠 있었다. 날개 6개인 이 드론은 42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인근을 비행중인 교통단속용 드론. 함종선 기자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인근을 비행중인 교통단속용 드론. 함종선 기자

이 시각 드론을 조종하는 이는 안성휴게소 공터에 있었다. 조종을 맡은 정우철씨는 드론과 연동된 모니터를 계속 응시했다. "지금 저기 오는 승용차요. 버스전용차로 위반이네요. 넘버 찍어주세요." 정씨가 옆에서 함께 모니터를 보던 부조종사에게 말했다. 곧바로 카메라를 원격조정하자 자동차 번호판이 클로즈업 됐다. 

도로공사, 드론 촬영으로 교통법규 위반 단속
버스전용차로, 갓길 주행,끼어들기 등 대상
4200만 화소 카메라에 탑승자 얼굴도 잡혀
매주 토요일 전국 4곳…휴가철·연휴로 확대
사생활 침해 논란가능성...보완책 필요 지적도

정 씨 등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촬영하는 드론 전문 업체의 직원들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3월 고속도로 교통법규 위반 행위 단속에 드론을 도입했다. 최근 고속도로 전광판 등에 '드론을 활용해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단속한다'는 안내가 등장하는 이유다. 
드론 전문 조종사 정우철씨가 드론 비행 직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드론 전문 조종사 정우철씨가 드론 비행 직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주 단속 대상은 ▶버스전용차로 위반 ▶지정차로 위반 ▶갓길주행 ▶끼어들기 위반 등 4가지다. 지정차로 위반은 편도 4차선 고속도로에서 4차선으로만 다니도록 돼 있는 적재중량 1.5t 초과 화물차가 이외의 차선에서 주행하는 경우다. 이날 드론 카메라엔 버스전용차로나 갓길로 다닌 승용차가 여러 대 잡혔다. 
교통단속용 드론에는 42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다. 함종선 기자

교통단속용 드론에는 42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다. 함종선 기자

정 씨는 “카메라가 고성능이라 차량 번호는 물론이고 탑승자가 안전띠를 맸는지, 차 안에 몇 명이 탔는지도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니터에 잡힌 화면을 확대하자 차 안의 탑승자 얼굴까지 뚜렷하게 나타났다. 
드론으로 적발한 버스전용차로 위반 장면. 흰색 승용차가 버스 전용차로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드론으로 적발한 버스전용차로 위반 장면. 흰색 승용차가 버스 전용차로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하지만 현재는 안전띠 미착용, 6인 미만 탑승 승합차의 버스전용차로 주행은 드론을 통한 단속에 제외하고 있다. 법규를 어기고 과하게 선팅을 한 차는 오히려 단속이 잘 안 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드론과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를 각각 조종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주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드론과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를 각각 조종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단속에 동원되는 드론은 대당 2500만원가량의 상업용이다. 반경 7㎞까지 배터리 교체 없이 40분간 비행할 수 있다. 고도 150m까지 올라가나 자동차 번호판 촬영은 고도 25~30m에서 한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도른을 활용해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단속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함종선 기자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도른을 활용해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단속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함종선 기자

드론 촬영은 매주 토요일 전국 4곳에서 이뤄진다. 단속 위치는 매번 바뀐다. 하지만 고속도로 위에 어디에나 드론을 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인근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육군과 지방항공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변에 군사 공항이 있으면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상습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양재~판교 구간도 인근에 서울 공항 등 제약 요소가 많아 드론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엔 안전 문제 때문에 드론을 띄우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인근에서 교통단속용 드론이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촬영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인근에서 교통단속용 드론이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촬영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민간업체가 드론으로 위반 행위를 촬영하면 도로공사는 이를 경찰청에 전달한다. 그러면 경찰청은 영상 자료를 확인해 운전자에게 벌금 고지서 등을 발부한다.
 
도로공사는 3월 11일부터 4월 22일까지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5번 단속을 벌여 58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와 경찰청은 드론을 활용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초 연휴 기간에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연속으로 특별 단속을 했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 등에도 특별 단속을 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입구에도 '드론 단속'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함종선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 입구에도 '드론 단속'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함종선 기자

하지만 뛰어난 카메라 해상도 등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논란도 예상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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