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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개구리 '페페'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 이유

중앙일보 2017.05.08 10:57
수많은 패러디 짤을 양산하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개구리 캐릭터 ‘페페’가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 6일 코믹북 리소스는 페페의 창시자인 만화가 맷 퓨리가 관 속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페페의 모습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2005년 퓨리가 그의 만화 ‘보이즈 클럽’에서 처음 선보인 페페는 특유의 표정으로 인기를 얻으며 온라인상에서 밈(meme, 모방을 통해 퍼지는 패러디물)로 명성을 얻은 캐릭터다. 국내에서도 2015년부터 인기를 얻으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진 트럼프 트위터]

[사진 트럼프 트위터]

그런데 페페의 사용 방식은 2015년 말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온라인 보수 세력 ‘알트 라이트’가 극도의 분노로 충혈된 눈의 페페와 팔에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채운 그림을 전파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평화롭던 페페의 이미지는 분노와 혐오의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심지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트라이트가 합성한 ‘트럼프 페페’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며 페페는 알트라이트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된다.
[사진 CBC NEWS]

[사진 CBC NEWS]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페페는 타임스지의 ‘2016년 가장 영향력이 컸던 가장 캐릭터’ 부문 1위에 등극하고 동시에 같은 해 9월에 ‘반명예훼손 연맹’으로부터 ‘혐오 상징’으로 공식 지정된다.
 
퓨리는 타임지 기고문을 통해 “인종차별주의자와 반유대주의자들이 페페를 혐오의 상징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악몽”이라며 자신의 소중한 캐릭터가 왜곡되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 이어 그는 “당신이 뭐라고 하든 캐릭터 창조자로서 페페는 ‘사랑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Comic Vine]

[사진 Comic Vine]

그 후 퓨리와 반명예훼손 연맹은 페페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지만, 극우주의자들은 여전히 페페를 자신의 상징으로 악용했다. 이를 참을 수 없던 퓨리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직접 페페를 죽이게 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원본은 죽었어도 모방본은 죽일 수 없을 것”이라며 페페가 계속 악용될 것을 우려했다.
 
이형진 인턴기자 lee.h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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