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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임 50일이 대통령의 경제 성공 좌우한다

중앙일보 2017.05.08 02: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신 것을 미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양 어깨에 걸머진 중압감보다 무거운 것은 없습니다. 강철 같은 의지의 정치인이라도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니 힘내시기 바랍니다.
 

경제정책 운용 방향과 틀 정해야
200개의 공약 20개로 줄이고
혁신 중소기업에 청년 일자리 마련
야당과 협치기구 만드는 데 나서야

취임 초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은 향후 5년의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50일 안에 경제정책 운용의 큰 방향과 틀을 정하고 이를 실현할 추진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제정책의 청사진 마련에 도움이 될 조언을 드립니다. 우선 200개 안팎의 공약을 20개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조기 대선의 광풍 속에서 숨 가쁘게 만들어진 정책들을 임기 중에 그대로 가져가선 안 됩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과제들은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을 방해하고 리더십을 약화시킬 뿐입니다. 노회한 관료 집단이 부처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가장할 수 있는 장치로도 이용되기 쉽습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약들을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전문가들로 하여금 50일 안에 공약들의 실효성을 재평가해 취사선택하게 한 후 이를 현실에 맞도록 다시 재단하시길 바랍니다. 표현의 차이는 있겠으나 새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혁신, 조세·재정 개혁을 통한 복지 확립, 그리고 노동·규제 개혁을 포함한 경제구조 개혁으로 압축되기를 기대합니다.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 중소기업 혁신생태계 조성은 국정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꼭 들어가야 합니다. 고용과 중소기업 문제는 사실 한 가지입니다. 현재의 청년실업 문제는 지속적인 부가가치 생산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부문을 혁신해야만 해결 가능합니다. 재정과 세제로 단순 지원하는 과거 방식은 잊어야 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혁신 인력을 직접 선발해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기술과 신상품의 연구개발이나 디자인,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재를 정부가 뽑아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비상한 대책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간 인력만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인적자원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주도적으로 양성해 혁신중소기업에서 일하도록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단기적 해법 차원에서 산업혁신공사를 설립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갖춘 인력들을 공사 직원으로 선발하고 중소기업에 채용되도록 하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공사 직원에 준하는 기본 연봉과 연금을 보장해주고, 중소기업은 자사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를 평가해 성과수당을 제공하는 민간·공사형 일자리 창출 방안을 검토할 만합니다.
 
국정과제 도출 과정에서 복지정책들이 대폭 정비돼야 합니다. 노인 빈곤 가구 위주의 기초생계보장 확대와 아동 보육 지원을 위한 재정 비용은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인색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건강보험과 장기노인요양 확대는 보험료 수입 확충에 따라 인내를 갖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도 긴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당장 국민연금에 손을 대기보다는 먼저 저금리 시대의 대규모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안을 전문가들이 모여 궁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복지정책의 관건은 중장기적 시계하에서 재원 확보를 포함하는 현실적 재정운용계획을 설계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사실 멕시코·칠레와 더불어 최저부담-최저복지 국가에 속합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이를 영국과 일본 수준의 저부담-저복지로 이행한 후 20년 이내에 독일과 네덜란드 수준의 중부담-중복지 국가를 달성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계획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대통령과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복지와 조세정책은 실현 가능성과 지속성이 없습니다. 삼권 분립과 견제로 정치적 긴장관계가 높은 대통령제 국가들이 최저부담-최저복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과 같은 경제구조 개혁도 대통령 일방주의는 사회적 대립을 불러올 뿐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소, 서비스업의 규제 완화,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 등에 대한 해법들은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대립적 이념에 의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외쳤던 사회적 대타협과 국민적 합의를 노동·규제·조세·재정 개혁에서부터 이뤄내지 못하면 대통령께서 어렵게 키를 잡은 대한민국호는 5년간 다시 표류하고 말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안이 도출되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이 추천하는 다수의 전문적 인사들이 경제개혁공동위원회나 별도의 재정협치기구에서 정책 수립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복지와 조세부담의 중장기적 목표에 대한 합의와 경제구조 개혁의 실현 가능한 타협안을 도출해낸다면 당신께서는 분명 역사가 평가해줄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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