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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네이버의 사무실 서랍 크기가 두 배인 이유

중앙일보 2017.05.08 02:34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창규이노베이션 랩장

김창규이노베이션 랩장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 본사 직원의 서랍은 일반 기업의 사무실에서 쓰는 서랍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이렇게 큰 서랍 덕에 네이버에선 한 부서에 있던 직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려면 번거롭게 짐을 싸서 ‘이사’할 필요가 없다. 이 이동용 서랍에 개인 소지품을 넣고 다른 부서로 끌고 가기만 하면 된다.
 
이 회사는 한 달에 두 번씩 조직 개편을 한다. 프로젝트 이름에 기한을 명시해 놓고 기한 내에 일을 끝내고 해산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이 때문에 부서가 수십 번 바뀐 직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가 이렇게 잦은 변화를 추구하는 건 빠르게 융·복합되고 있는 정보기술(IT) 특성상 여러 부서 간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뛰어난 개인기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네트워크와 공유의 시대엔 수많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융합돼야 창조적인 무언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기업은 발 빠르게 협업에 나서고 있다. 내부 협업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에 다른 업종과 협업에도 필사적이다. 금융사가 카페와 공간을 나눠 쓰는 건 고전에 속한다. IT·금융·유통·항공사 등이 단순한 마케팅 제휴를 넘어 주력 사업을 협업하기에 여념이 없다.
 
『WHY EUROPE』의 저자 잭 골드스톤은 유럽이 세계 중심으로 떠오른 건 유럽이 아시아 등보다 더 부유하거나 과학적으로 진보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발전 정도는 아시아와 비슷했거나 낮은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이 부상한 주요 이유로 여섯 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영국의 기업가·과학자·기술자·장인 사이의 긴밀한 협업이다. 이들이 광범위한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과학자의 추상적 발견이나 원칙이 기술자나 장인에 의해 기계나 대규모 생산공정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선보이며 아이폰이 아이팟(MP3 플레이어), 휴대전화, 인터넷 통신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이미 각각의 기능이 있는 제품은 시장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이 기능을 하나로 모으고 어렵던 사용방법을 쉽게 구현했다. 그는 위대한 혁신이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가 합쳐져 빛을 발할 때도 이뤄진다는 점을 직접 보여줬다.
 
하루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한 채 진영 논리에 휩싸여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간 실패한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다름을 하나로 만드는 혁신! 정치에도 협업이 필요하다.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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